"GNP2천불…정치수준은 몇백불선|여야74의원이 본「부의장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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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 등원결정으로 내주부터 국회는 정상화될 예정이지만 10·28 국회부의장 선거파동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궁금증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여야의원들은 도대체 이번 사태의 책임이 어느 폭에 있으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고 있을까. 그리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여야의원 74명(민정당39·신민당33·국민당2)을 상대로 면담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긴급 조사를 실시해봤다. 다음은 여야의원들의 응답내용.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 여야의원들은 대부분(67.6%)상대방에 더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응답한 74명중 50명(여29·야21)이 서로 상대방에 더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19명 (여10·야9)만이 여야에 다같이 50%씩의 책임이 있다고 응답.
민정당 응답자 중 1명은 형식논리상으로는 50대50의 책임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1백% 모두 신민당에 책임이 있다고 했고 4명은 1차적 책임은 신민당에 있으나 2차적 책임은 민정당에도 있다고 주강.
반면 야당의원중 5명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민정당보다는 신민당쪽에 더 있다고 응답해 주목.
당직자 인책문제에 대해서는 민정당의원중 12명(30.8%)만이 여야당직자에게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 반면 26명(66.7%)은 일체 필요가 없다고 했고 당직자 경질도 「인책」의 차원보다는 분위기쇄신의 차원에서 고려해봄직하다고 응답.
그러나 야당은 15명(42.9%)이 양당 모두 당직자를 인책시켜야 한다고 했고 10명은 민정당측만 경질하라고 요구해 민정당보다는 훨씬 인책의 강도가 높았다.
인책이 필요없다고 주장한 의원은 7명에 불과했다.
국민당의원 2명은 여야 모두 당직자를 인책해야 한다고 주장.
같은 인책주장이지만 신민당의원들은 신의를 저버린데 대한 응징의 차원에서 인책을 주장한 반면 민정당 의원들은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새로운 상을 차린다는 분위기 쇄신의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밝혀 여야간 큰 차이를 노정.
조연하 의원의 부의장 사퇴문제는 민정당의원들이 28대7로 필요가 없다고 한 반면 신민당은 19대16으로 사퇴론이 약간 우세해 앞으로 그의 제명 문제가 신민당의총에서 처리될 경우 박빙의 차이를 보일 것임을 예고.
민정당의원들은 조의원의 당선이 모양상 좋지 않은 점은 없지 않으나 국회의 권위를 생각해서라도 재선거를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고 어느 의원은 『설사 기형아라고 해서 안락사를 시킬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반문.
어느 야당의원은 조의원의 사퇴가 신민당 당내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명예제대를 시킬 방도가 없어 이제는 어쩔수없는 일이라고 했다.
○…민정당의 산표원인에 대해 민정당의원들은 거의 전원이 「당명이 없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신민당에 협조를 해줘라』는 말은 있었으나 『반드시 누구를 찍어야 한다』라는 식의 구속력과 체중실린 지시는 없었다는게 민정당의원 대부분의 답변이었다.
아울러 의원들은 거의 각자 자체안단에 따라 「자유투표」를 한 셈이 됐음을 알수있었다.
민정당의원들은 이러한 「자유투표」에서 「신민당에 협조」하지 않은 까닭을 △김대중씨에 대한 반감 △인선잘못 △대정부질문등에서 쌓인 신민당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 등 순으로 응답했다.
이에 반해 신민당의원들은 △민정당쪽의 조직적이고 계산에 의한 공작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많았으며(14명) △당지도부의 고의성이 내포된 미온적 지시(11명) △항명(3명) △의회정치에 대한 인식부족(2명) △기타 인선잘못·정치력부족·지역적감정 각1명 순으로 보고 있다. 야당까지도 여당산표를 「계획된 공작」으로 보는 사람은 응답자의 절반이 못되는 셈이다.
또 여당산표의 원인을 「당지도부의 미온적 지시 라고 답변 한야당의원중엔 김대중씨에 대한 반감과 신민당에 대한 앙갚음이 복합적으로 작용됐을 것으로 분석한 의원이 지배적이다.
신민당쪽의 산표에 대한 민정당위원들은 전원이 한결같이 「계파간 갈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그와 함께 △김대중씨에 대한 비주류와 친조연하의원 그룹의 반발 △당지도부에 대한 불신·불만 △인선불만 △조의윈과의 친소관계 △상도동계전략 △개인의 양심 등을 야당의 산표원인이라고 꼽았다.
신민당의원들 스스로도 자체 산표 원인으로 △대지도부불만(9명) △계파갈등에 의한 내부분열(6명) △비주류전략(2명)△정치력부재(1명)등 고질적인 당내문제의 표츨로 보는 견해가 18명으로 절반을 넘었으며, △인선잘못(6명) △당론결정미흡(5명) △후보난립(3명) △자기단속소홀(1명) 등 후보 지명을 둘러싼 문제를 이유로 드는 의원이 15명이었다.
○…이번 파동에 대한 소감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의원들은 『가뜩이나 국회가 불신을 받고 있는 마당에 또 한번 스타일을 구겼다』는 개탄과 함께 『이제는 국회가 더이상 국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빛이 역력한 반응들.
응답속에는 『국민소득이 2천달러니, 어쩌니 하고 있는 판에 정치수준은 몇백달러밖에 안되는 것 같다』 『배지를 달고 다니기가 부끄럽다』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정치를 과연 이런 식으로 해야하느냐』는 자괴도 있었다.
의원들은 그러나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민정당은 민정당대로, 신민당은 신민당대로 헌 껍질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민정당 응답자들은 이번 파동의 원초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신민당측에 있고, 따라서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신민당이 앞으로는 무언가 다른 자세를 보여주어야한다는 주장. 예를 들어 정치이슈에 너무 몰두해온 지금까지외 노선을 수정, 민생과 국익보호를 위해 국정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집권당으로서 국가적인 기본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의 차원에서 전술상 소소한 미스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정치신의에 훼손을준 부분에 대해서는 심각하게고찰해야한다고 자기반성을 주장.
다시말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큰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야당 초선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선배들에게 큰 실망을 느꼈다』며 정치에 뛰어든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토로. <허남진·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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