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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 ‘블루오션’ 안전기술에 눈돌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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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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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데 이어 앞으로 10년 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미처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빈곤, 질병 등 노인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젊은 세대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두 중요한 과제다. 생각만큼 해결이 쉽지 않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노년의 삶과 직결돼 있으면서도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노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관련 제품 개발을 통해 기술적 측면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화에 따른 신체 및 인지 기능 저하로 고통받는 노년층에게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일상의 편의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노인들을 위한 ‘안전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실로 다양하다. 먼저, 노인의 자립을 지원하거나, 수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상생활 지원 기술과 근로·여가 생활을 도와 적극적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참여 지원 분야가 있다. 각종 생체 기능을 대체하거나 노인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질병과 장애를 극복하도록 하는 분야도 활용 범위가 넓다. 이런 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은 실제 선진국에서 실수요자들의 호응 속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을 위한 안전 제품 개발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일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작인식 센서를 통해 인체 균형감각을 길러주는 운동 시스템이나 근골격계 기능 회복을 돕는 훈련기기 등은 노인의 쾌적한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들이다. 뇌졸중으로 인한 부분마비 환자와 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재활로봇, 그리고 착용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해 건강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웨어러블 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고령자 안전기술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가치가 있다. 각종 노인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의료·간병비 등 당사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줄 뿐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보탬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날로 확대되고 있는 관련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호재다. 노령층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은 산업안전 등 연관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틈새 시장을 중심으로 얼마든지 노려볼 만하다. 노인 안전기술 개발에 산학연이 힘을 모아야 할 이유다.

이 영 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