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의 길잡이로 500회 TV 토론프로「아포스트로프」|재치 있는 사회·공정한 토론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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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월말로 방영 5백 회를 보낸 프랑스 앙텡2TV의 문학토론 프로그램『아포스트로프』 (APOSTROPHES)가 그 공정성과 프랑스 문학계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아노스트로프』는 그 다음날 파리의 서점 가가 여기서 거론된 책을 앞줄에 진열해 놓을 만큼 독서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포맷은 신간을 저술한 저자 수명이 직접 책을 갖고 나와 사회자 「베르나르·피보」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책의 내용·이미지·사상에 관한 토론을 벌이는 것.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사들은 노벨상 수상자만큼이나 화려하다.
75년, 83년 두 차례 이 프로에 등장한 「솔제니친」은 프랑스 지식인들의 마르크시즘에 대한 묵시적 공감에 찬물을 끼얹었고 「지스카르·데스탱」「미테랑」 등도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출연,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키신저」는 출연료를 달라고 한 유일한 인사였는데, 관례상 그런 것이 없다고 하자 무보수로 출연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 지하운동 시인「샤를·부코프스키」는 비꼬는 질문에 격분, 퇴장 직전 겨우 진정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자 「피보」의 열성이 큰 뒷받침이 됐다. 르 피가로 지의 문학평론 기자로 출발한 「피보」는 이 프로의 사회자가 되면서부터 문인들과의 접촉을 끊고 여기에만 전념해왔다.
그는 녹화에 앞서 선정된 책들을 하루종일 정독한다. 사회 석에 앉으면 계산된 겸손을 띠며 작가의 말문이 트이게 하고 때로는 문학에 문외한인 체 한다. 바로 이것이 시청자의 호감을 사는 대목이다.
「피보」는 토론될 서적의 선정에 있어 일체의 연고성·편파성을 배제함은 물론 출판업자들의 아첨이나 정치적 압력에 대해서도 굳게 맞서 왔다.
한번은 프랑스 집권 사회당의 실력자 「레지·드브레」가 캐나다의 한 집회석상에서 『「피보」는 문화적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피보」가 이 발언의 취소를 요구하며 반격을 가하자 「드브레」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후퇴했다.
「피보」가 「드브레」의 연설 테이프를 증거로 제시하고 정치문제로까지 번지자 「미테랑」 대통령이 『아포스트로프』의 공정성을 찬양하는 성명을 발표, 간신히 불을 껐다.
프랑스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프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아포스트로프』는 미국·캐나다의 대학·방송국에서 녹화 테이프를 구입하는 등 명성의 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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