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연대 이틀간 파업…서울 115개 초·중·고 급식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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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학 중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23~24일 이틀간 파업에 나섰다. 이로 인해 파업 첫날인 23일 서울 지역 국공립 학교 8곳 중 한 곳이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방학 중 임금, 차별 개선 등 요구
도시락·빵 대체, 일부 단축수업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돌봄 전담사와 급식 종사자 등이 속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 1600여 명(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115개 국공립 초·중·고교의 급식이 중단됐다. 서울 전체 국공립 초·중·고교는 모두 953곳이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중 48개교는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으며 52곳은 빵·우유 등으로 대체했다. 일부 학교는 오전 단축수업을 실시하거나 현장체험 활동을 했다. 제주도에서도 제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 400여 명이 파업에 나서 84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서울 청운초 3학년생 학부모 김모(38·여)씨는 “아침에 부랴부랴 도시락을 싸다가 수저를 못 챙겨 학교에 다시 갔다 왔다”며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아이들에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도 교육청에 ▶방학 중 생활임금 지급 ▶8시간 근무제 도입 ▶차별적 저임금 현실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2만여 명 중 급식 종사자 등 방학 때 출근하지 않는 1만2000여 명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방학 중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정규직과 달리 정기 상여금도 없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형수 간사는 “1년 중 방학 석 달 동안엔 어쩔 수 없이 실직자가 되는데 일을 하고 싶어도 한 달짜리 일은 구할 수가 없다”며 “회사 측 사유로 휴업할 경우 임금의 70%를 지급하도록 돼 있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부산·강원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협상을 통해 매년 방학 기간에 45만~80만원의 정기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은 잘 알고 있으며 정기 상여금 등을 놓고 노조 측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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