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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샤일록, 과연 악인이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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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세계의 고전 셰익스피어가 현대소설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주옥같은 희곡 작품들을 소설로 다시 쓰는 것이다. 셰익스피어(1564∼1616) 서거 400주년을 맞아 랜덤하우스 계열의 유서 깊은 출판사 호가스가 시작했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다. 현재 작가를 할당해 다시 쓰는 작품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7편이지만 앞으로 대상 작품을 확대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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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 결과물이 한국어로 번역돼 출판사 현대문학에서 나왔다. 영국의 맨부커상 수상작가 하워드 제이컵슨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완전히 새롭게 쓴 장편 『샤일록은 내 이름』, 역시 영국의 여성 작가인 지넷 윈터슨이 『겨울 이야기』를 새롭게 쓴 『시간의 틈』이다.

셰익스피어 400주기 기획
현대소설로 재해석 출간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에 나선 작가들은 문학성 혹은 대중적 인기 면에서 최고 수준 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단골 거론되는 캐나다 여성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템페스트』를 다시 쓰고, 인기작가인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와 미국의 길리언 플린이 각각 『맥베스』『햄릿』을 다시 쓴다. 이밖에 미국의 앤 타일러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오셀로』를 다시 쓴다.

출판사는 작가들에게 각자 자신의 문학관으로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하되 원작의 정신을 훼손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작가들이 그런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여 얼마나 창의적으로 원작을 변형시키는지 지켜보는 것도 문학 독자들의 즐거움일 것 같다. 가령 자신이 유대인인 하워드 제이콥슨은 사이먼 스트롤로비치라는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자비를 모르는 악덕 유대인 샤일록이 과연 악인이었는지를 묻는다. 시리즈는 25개국 16개 언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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