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햇볕 보게 된 核폐기물 처리장

중앙일보

입력

전북 부안군이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유치를 신청해옴으로써 지난 20년 가까이 겉돌던 국책사업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방사성폐기물 시설은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의 대표적 사례였다는 점에서도 이를 대승적으로 수용한 부안군민의 결단은 높게 평가할 일이다.

국민은 그동안 원자력 이용이 주는 이익보다 만약의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전력의 40%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세계 6위의 원전운영국이면서도 이제껏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해왔다. 세계 31개 원전발전국 중 폐기물 처리장이 없는 나라는 대만.벨기에.한국 등 5개국뿐이다.

부안군의 유치신청에도 불구하고 지질과 해양환경에 대한 정밀조사 등 최종선정까지 고비는 많다. 또한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 이를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굴업도나 안면도처럼 후보지로 지정되고도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안군이 후보지로 확정되면 3천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을 비롯해 향후 2조원의 지원이 이뤄져 지역발전의 계기를 얻게 됐다. 이 점에서 실제 처리장이 들어설 부안군 위도 주민들이 유치에 90% 이상 찬성했다는 점은 정말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부안군이 추가로 제시한 조건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그간 선진국의 운영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돼 있고 국내기술도 세계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원자력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데는 불투명한 원전정책 탓이 컸던 만큼 정부는 안전한 처리장 건설.관리 등 남은 과제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부안군민의 결단은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발전이 환경과 공존.조화되는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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