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고마워 지성"…뮌헨에 역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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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고마워.”

거스 히딩크 감독은 CF에서처럼 박지성에게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 하게 생겼다. 박지성이 스승을 위기에서 구했다.

16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지난해 6월 4일 폴란드를 상대로 감격의 월드컵 첫 승을 거뒀던 이곳에서 히딩크 감독은 망신을 당할 뻔했다.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은 2003 피스컵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1860뮌헨(독일)에 전반 선제골을 허용해 0-1로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5분 비호처럼 상대 진영 가운데를 파고든 박지성은 레안드로 봄핌의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대 왼쪽 사각에서 절묘한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잡아챈 아인트호벤은 후반 18분 반 봄멜의 크로스를 골잡이 마테야 케즈만이 가볍게 터치슛, 역전골을 뽑아냈다.

아인트호벤은 후반 36분 뮌헨의 카메룬 출신 키오요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44분 우이에르, 48분 로벤이 연속골을 넣어 4-2로 이겼다.

킥오프 이후 양 팀 선수들은 잦은 실수를 했고, 특히 아인트호벤 수비수들은 허둥대며 패스미스와 위험한 백패스를 연발하다 선취골을 허용했다. 전반 9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중국 출신 샤오자이가 직접 슈팅, 골키퍼 손과 골대를 맞고 나온 볼을 마르쿠스 슈로트가 헤딩으로 우겨넣었다.

박지성은 경기 초반 처진 스트라이커로 전방을 누볐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전반 30분경부터 원래 자리인 오른쪽으로 돌아간 박지성은 전반 35분 노마크 헤딩슛 기회를 놓쳤지만 후반 다시 찾아온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박지성은 이날 전반 8분이후 등번호 21번에 ‘W.K.CHO’가 쓰여진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대회 엔트리에 21번으로 등록한 박지성은 대회 직전에 테스트를 받기 위해 합류한 조원광에게 이 번호를 넘겨주고 7번을 달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아챈 뮌헨 코칭스태프가 항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유니폼을 바꿔야 했다.

한편 전주 경기에서는 홍명보가 소속된 LA 갤럭시(미국)가 골대를 두차례나 맞히는 불운 속에 나시오날(우루과이)과 0-0으로 비겼다.

부산=정영재 기자,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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