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거봉의 조각 한눈에 감상| 호암미술관 「근대조각 거장전」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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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로댕」하면 르네상스시대의 「미켈란젤로」 이후 서양조각사의 명맥을 근대에 이어 온 거장이다. 서양조각의 흐름은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의 「피디아스」, 16세기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그리고 19세기 프랑스의「로댕」 등으로 이어진다.
이 조각의 삼대거봉은 그 주위에 많은 군소조각가를 거느리고 서양조각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호암미술관 소장품이 된 근대조각의 거장, 즉 「로댕」 「부르델」 「마이욜」등 3인의 조각전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국현대미술에 자극제가 된다. 우선 「로댕」을 정점으로 해서 그의 두 제자 「부르델」 과 「마이욜」의 삼각관계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의미가 있다.
「로댕」이 감각을 바탕으로 완전한 감성의 표현에 도달하고 있는 우화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나타냈다고 하면 「부르델」은 직선적·남성적이고 외부로 확산하는 외향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첫 선을 보인 「마이욜」의 곡선적·여성적이고 내부로 향하는 독특한 볼륨의 세계는 이것 역시 조각예술이 볼륨의 예술이고 형체의 예술인 까닭에 그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걸작들이다.
이렇게 제각기 다른 조각의 본질을 자기나름대로 해석하고 미의 정형을 수립한 세 사람의 서양근대거장들의 조각을 서울에서 앉아서, 그것도 비교할 수 있는 동일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번 전시회는 이미 보아온 「로댕」의 『세 그림자』등 걸작에 접했을 뿐더러 앞에서 이야기한 「마이욜」의 공간속에서 긴장을 머금고 정립하고 있는 아름다운 조형 앞에 고개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더욱 감동적인 것은 「부르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알베아르」장군기념상』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특히 힘에 충만되고 있는 『대마상』은 조각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아울러 최고의 예술적 향기를 품고 있는 힘· 승리· 자유· 웅변의 4작품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숭고한 곳으로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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