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간 현실 속의 「란보」|월남전참전 「슈웹」씨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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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0대의 한 월남전 참전미군법사가 공산치하에 두고 온 월남인연인과 아들을 만나기 위해 6개월 전에 단신 항해에 나섰으나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랑을 찾아 죽음을 무릅쓴 이 현실속의 「람보」이야기는 최근 미국의 동남아전쟁 포로 및 실종자가족전국연합회에서 베트남외무성에 그의 행방을 수소문해줄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알려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산월남의 학정에 견디다 못해 재산을 버리고 죽음까지도 각오해가면서 보트피플이 된 것과는 정반대로 태풍과 해적떼 등의 위험이 겹겹으로 가로막힌 1천km의 남지나해에 홀로 뛰어든 순애보의 주인공은 「로버트·슈웹」 씨 (43).
그는 지난4월20일 길이5·5m의 보트 한 척으로 필리핀의 팔라완섬을 출발, 베트남의 호지명시 (전사이공)로 향했다.
그의 계획은 베트남근해에 접근해 일부러 체포된 뒤 약혼녀와 아들의 미국송환을 요구한다는 것.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베트남당국은 단 한 명의 밀입국자 체포사실도 발표한 적이 없고 앞서의 수소문 요청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바 없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슈웹」씨는 출발당시 보트피플 생존자들의 말에 따라 항로를 정했으며 70일분의 식수·식량· 간단한 통신장비 등을 갖추었다고 그의 친구들이 전했다.
그가 베트남여인 「트라이」 양을 만난 것은 70년.
사병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그는 「트라이」 양을 사귀어 약혼까지 했다.
그사이 아이도 1명 낳았다. 그러나 75년 월남패망당시 「슈웹」씨는 혼자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정식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대사관의 헬리콥터는 가족까지 태우는 것을 거부했던 것.
월남탈출 후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가족생각으로 애태우던 그는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 머무르면서 라오스에 잠입, 반공게릴라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81년까지 가족과 편지를 주고받던 그는 「트라이」 양이 국외탈출을 기도하다 체포돼 투옥된 사실을 알고는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구출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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