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과 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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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립대학의 「기부금입학」 허용문제가 교육개혁심의회 공청회에서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제안자는 이 제도가 전체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면서 사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부금입학은 사학을 발전시키고 활성화시키는 장치로 오래 전부터 제도화 되어왔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의 명문사대가 재력 있는 인사들의 기부금을 주요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 대신 동상을 세우거나 기부자의 이름을 기념관에 붙여주며 자녀에게 입학의 특혜를 주어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설립자가 누구건, 설립목적이 어디 있건 학교는 설립된 그 순간부터 사회공공의 재산이다. 개인회사라면 사주가 무한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만 학교의 경우 설립자가 혼자서 학교를 꾸려가서는 안되고 또 실제로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설립자가 학교를 사물시하고 전횡운영을 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게되는 반면 사회구성원들 또한 공공성을 띤 사학육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뿐더러 학교에 대한 기부금은 축적된 부의 사회환원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육영에 뜻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돈은 큰돈대로, 적은 돈은 또 그대로 2세 교육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장치를 해주어야한다. 그 제도가 바로 기부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학에의 기부행위를 권장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부금을 내도록 입학특혜 등 인센티브를 주는 일과 함께 학교운영에 대해서도 상당한 발언권을 주는 방안이 검토됨직하다.
특히 기부금의 용도에 대해 어떤 의혹도 받지 않도록 교우· 학부모· 동창· 학생들도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해야하고 모든 명세가 생산적으로 공개되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기부금입학을 허용할 때는 졸업정원외인원으로 제한하고 입학 후엔 같은 조건에서 경쟁토록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다만 이 문제는 계층간의 위화감과 같은 델리키트란 문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작 그 시행에는 각별히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지금 진행중인 교육개혁 작업은 21세기에 지향할바 교육의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그 동안의 획일주의적 교육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부터의 교육은 개성화· 특성화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교육전문가의 공통된 인식이다.
21세기가 개별화시대라고 한다면 교육 또한 국민자질의 개별적 계발에 중점을 두어야함은 당연한 요청이다.
중등교육의 「평준화」, 대학입시에서의 정부의 통제와 같은 획일성을 탈피하지 않고서 세계사의 진운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사학의 다양화 개별화 특성화를 강조해온 것은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 교육이 고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미래지향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기부금입학」 은 단기적으로는 부작용도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교육에 대한 일반의 참여의식을 높일 뿐 아니라 사학의 활성화는 물론 개성화· 특성화에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검토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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