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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용역 검증, 최선이면 수용” 부산 “절반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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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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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반발해 1면을 백지로 낸 매일신문. 이 신문은 2면 기사를 통해 “2000만 남부권 시·도민들이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수도권과 지방이 두루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인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정부는 외면하고 말았다” 했다. 이어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가슴이 무너지고 통분에 떠는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1면을 백지로 발행한다”고 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신공항 유치를 위해 과열 경쟁을 해 온 영남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출구전략’을 찾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밀양과 가덕 신공항을 배제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한 데 대한 여론 지지가 높아 앞으로 장기간 대놓고 반발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신공항 출구전략 찾는 지자체들
울산·경남, 정부안 수용 쪽으로
부산상의는 “가덕도 계속 추진”

밀양 신공항을 희망한 대구시는 22일 썰렁한 분위기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신공항 관련 공식 대책회의를 따로 하지 않았다. 김승수 행정부시장 주재 간부회의에서도 ‘신공항’이란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정명섭 대구시 재난안전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정부의 용역이 타당한지 검증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되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이 나온 배경에는 울산시와 경남도가 전날 정부 발표를 수용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시가 더 고민하는 문제는 2023년까지 이전하기로 한 대구 도심의 공군기지(K-2)다. 대구시는 당초 K-2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대구공항은 밀양 신공항에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과 함께 대구공항 존치 방침을 밝히면서 K-2 이전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명섭 실장은 “소음 때문에 K-2 이전은 미룰 수 없다. 정부가 대구공항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회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하고 신공항 건설을 다시 검토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함께 활동한 4개 지자체 중 울산·경남이 돌아서면서 신공항 재추진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울산·경북·경남 지역 주민 여론도 바뀌는 분위기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김해공항 확장을 수용하고 이젠 신공항 논란을 여기서 끝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덕도를 지지했던 부산도 현실을 수용하자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날 오전 부산시청 2층 외부에 마련된 흡연실. 시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정부 평가에서 가덕 신공항 점수가 그렇게 낮게 나올 줄 몰랐다. 밀양 신공항이 됐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정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니 신공항 건설 수준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 김해공항을 부산공항으로 바꿔 부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산에서는 “하마터면 밀양으로 뺏길 걸 부산시민의 힘으로 되찾아왔다”거나 “김해공항 확장으로 절반의 승리는 거뒀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가덕 신공항 유치 실패 때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거취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반면 조성제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을 우습게 본다. 가덕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덕 신공항유치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 등 김해공항 확장 절차에 들어가면 가덕 신공항 건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부산=홍권삼·황선윤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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