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축구에서 배운 존중과 배려, 내 아이에게도 가르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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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스페인 전 국가대표 모리엔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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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 간 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오빤~강남스타일!” 스페인의 축구 전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40)가 주먹 쥔 양손을 X자로 엇갈리게 놓더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말춤을 췄다. “강남에 가본 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이어 “한국에 올 때마다 일정이 짧아 아직 강남에는 못 갔지만, 강남스타일 노래와 춤은 스페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 푸엔라브라다 감독이자 레알마드리드 유소년팀 감독을 맡았던 모리엔테스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레알마드리드 선수로 활약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기억을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 한국과 스페인 경기 때로 되돌려 보자. 당시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전에 돌입했을 때 헤딩골을 성공시킨 사람이 모리엔테스였다. 하지만 그를 향해 갔던 패스가 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한국에 3대 5로 패하면서 스페인은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최근 평가전에서 스페인이 한국을 상대로 6대 1로 이긴 걸 보며 빚을 갚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별명이었던 ‘꽃미남’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186cm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은 현역 시절 그대로였다.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해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축구 꿈나무를 키우는 데는 열정을 보였다. 이번 방문은 7월 24일부터 2주 동안 NLCS제주에서 열리는 ‘레알마드리드 재단 캠퍼스 체험’을 홍보하기 위해 이뤄졌다.

그는 “축구가 몸만 건강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축구를 통해 협동심, 리더십, 타인에 대한 존중, 자립심, 노력 등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리엔테스가 자녀 교육을 할 때 강조하는 것도 대부분 축구에서 배운 내용이다. 현재 세 아이의 아빠인 그는 자녀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겸손함, 근면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위가 높고, 많은 돈을 벌어도 이 세 가지를 갖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17세인 첫째 아들이 “축구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내 눈이 너무 높아져 아이의 꿈을 꺾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며 “국·영·수 같은 과목 외에도 축구와 같은 스포츠를 배우거나 문화 활동에도 투자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난 사람=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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