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에 판촉 선물하고 막걸리 제조용 벼 계약재배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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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해마다 창고에 쌓여가는 재고 쌀을 처리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각 지자체와 지역농협본부들은 내수 판매나 수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국 재고 쌀 178만t 줄이기 안간힘
해남·서천군, 중국 수출물량 확대
강원농협은 홈쇼핑 홍보방송 지원

충남 당진시는 20일 “우강농협과 손을 잡고 지난 3월 호주에 쌀 16t을 수출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0t 이상을 수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북 진천의 쌀인 ‘생거진천’도 지난 4월 호주에 17t을 수출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0t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다.

미곡처리장들이 도산위기에 몰릴 정도로 쌀 소비량이 급감함에 따라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1985년 128.1㎏에서 지난해 62.9㎏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출길이 열린 중국시장을 겨냥한 판촉 바람도 거세다. 전남도는 지난 2월 해남 옥천농협의 ‘한눈에 반한 쌀’을 중국에 수출한 이후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에 첫 진출한 ‘한눈에 반한 쌀’이 현지 60개 매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어서다.

충남 서천군도 최근 1차로 41t을 중국에 판매한 여세를 몰아 수출물량 확대에 나섰다. 제주신라호텔에서는 중국 수출용 쌀 전시·판매대를 특산품 판매점 안에 만들었다. 제주특산품을 5만원 이상 사는 중국인에게 쌀 500g도 증정하고 있다.

광주농협본부는 임직원 1700여 명이 1인당 20㎏ 들이 100포대씩 17만 포대를 판매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강원농협본부는 수확기 전인 오는 9월까지 강원도와 함께 쌀 홍보마케팅에 나섰다. 강원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홈쇼핑 방송료도 지원한다.

쌀을 이용해 막걸리를 제조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 금정산성토산주 등이 대표적이다. 전남 광양에서는 지난달 27일 양조업체와 농민이 ‘양조용 벼 계약재배 협약’을 했다. 처음부터 양조용 벼를 계약재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고 쌀의 사료화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012년산 쌀 9만9000t을 사료용으로 공급키로 했다. 4월 말 현재 쌀 재고가 178만t으로 1년 전(135만t)보다 43만t이 증가한데 따른 고육책이다. 정부가 보유한 재고 쌀을 사료용으로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남 당진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인수(64)씨는 “사료용 쌀이 풀린다는 소식에 수입용 쌀과의 출혈 경쟁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해남·당진=최경호·신진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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