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팔목·무릎 맥 짚어 체질 파악 잘 걸리는 질병 예방·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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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움 8체질클리닉 김수진 교수가 환자에게 체질별로 치료·식이 요법이 다른 8체질의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태어날 때부터 내 체질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어떤 장기는 더 취약해 병에 잘 걸리고 모두가 몸에 좋다는 음식이 내겐 해로운 물질이라면. 일반 한의학과 다른 새로운 원리로 인체를 분석하는 ‘8체질’은 오장육부의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차움 한방진료센터
8체질클리닉 김수진 교수를 통해 8체질이 무엇인지, 일반 한의학적 진료와 어떻게 다른지 들어봤다.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8체질의학’은 한의사 권도원(95) 박사가 창시한 체질의학이다. 1965년 10월 도쿄 국제학회에서 처음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차움 8체질클리닉 김수진 교수는 “우리 몸에는 심장, 폐장,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의 10개 장기가 있는데 태어날 때부터 강하거나 약한 장기가 있다”며 “강약에 따라 여덟 가지로 나누는 것이 8체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질 종류로는 목양, 목음, 토양, 토음, 금양, 금음, 수양, 수음 체질이 있으며 각각 걸리기 쉬운 질병과 치료·식이요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한 장기, 약한 장기 시소처럼 배열
8체질에 따르면 체질마다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가 ‘시소’처럼 배열돼 균형을 이룬다. 구조가 조화로운 상태를 ‘적불균형 상태’, 강한 장기가 지나치게 강해지고, 약한 장기가 약해진 것을 ‘과불균형 상태’ 즉, 질병 상태라고 부른다. 김 교수는 “과불균형 상태가 되면 시소 한쪽이 높이 올라간 것처럼 조화가 깨져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장기 기능, 자율신경 이상으로 다양한 육체·정신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모두는 아니지만 취약한 질병도 따로 있다. 예를 들면 토양 체질의 사람에게 당뇨가, 금양 체질에서 알레르기성 비염 등 폐·호흡기 질병이, 수음 체질에 위장병이 자주 생길 수 있다는 것. 자주 발생하는 체질별 특징도 있다. 목양 체질은 귀찮도록 땀이 나고, 목음 체질은 하복부 질병이 잦고, 토음 체질은 소화가 잘 안 되고, 금양 체질은 간 기능이 약해 약에 주의해야 한다고 그는 전했다.

8체질을 파악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체질 진단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팔목과 무릎 안쪽 깊숙한 곳의 맥을 짚어보면 방향과 강도에 따라 체질을 나눌 수 있다. 김 교수는 “손끝으로 느껴지는 맥을 통해 구분하므로 숙련된 경력의 경험 많은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정확한 진단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기별 강약 따라 8체질 분류
체질에 맞는 침·약·음식 처방
몸속 ‘기’ 균형 맞추는 치료법

8체질 진료를 시작하면 병원에 올 때마다 맥을 짚어 진단에 오류가 없는지,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진맥으로만 진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진단에 성격, 외모, 질병을 고려하는 것과 일반 한의와 차이가 있다. 8체질은 진단에 따라 체질침, 한약, 음식 등 치료법이 결정된다. 체질침은 질병의 심각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주일에 2~3회 정도 6~8주에 걸쳐 진행한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의 팔꿈치와 무릎 아래에는 기가 흐르는 ‘경락’이라는 열두 군데의 길이 있는데 이 길마다 ‘기의 정거장’에 해당하는 ‘경혈’이 있어 이곳에 침을 놓는다”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침을 꽂아 두는 일반 한의원의 침 요법과 달리 표피만 뚫는 정도로 바로 놓고 빼는 방법을 사용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6~8주 침 시술
침 치료의 원리는 무너진 시소의 균형을 다시 바로잡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같은 질병이 있더라도 체질마다 치료법이 다르다. 가령 췌장이 강하고 신장이 약한 토양 체질에게 위궤양이 생기면 가장 약한 장기인 신장을 도와주고, 두 번째 강한 장기인 심장을 억제해 시소의 균형을 맞춘다. 같은 위궤양이 목양 체질에게 나타나면 두 번째 약한 장기인 췌장의 기운을 돕고 가장 강한 장기인 간 기능을 눌러주는 침 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모든 체질별로 침 치료 조합이 정해져 있다”며 “침을 통해 피가 흐르는 방향으로 피가 더 가도록 뚫어주거나 반대로 막아주는 방법으로 장기의 강약을 조절한다”고 말한다.

위에 탈이 났는데도 위를 건드리지 않고 주변 장기의 균형을 이용하는 것도 8체질 치료법의 큰 특징이다. 오장육부는 연결돼 있고 위장병의 원인은 위가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체질한약은 체질침과 같은 방향으로 이뤄지며 침을 맞기 어렵거나 기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 초기에 치료 속도와 강도를 높여야 할 때 사용한다.

체질침과 함께 이뤄지는 중요한 8체질 치료법은 음식이다. 체질마다 섭취 권장, 비권장 식품이 정해져 있다. 김 교수는 “어떤 사람에게 유익한 음식이나 약이 나에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데 바로 체질 차이 때문”이라며 “음식은 약에 비해 성질이 순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만 맞지 않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몸의 불균형이 심해져 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양 체질에 좋은 닭고기가 토양 체질엔 해롭고, 목음 체질에 해로운 바다 생선 및 어패류가 토음 체질엔 도움이 되는 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먹어야 할 것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람은 환경과 습관의 영향에 따라 음식을 먹는다. 그는 “우리가 먹는 음식은 눈에 보이는 영양소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특정 장기의 ‘기’를 조절하므로 체질 진단에 따라 꾸준히 식이요법을 지키면 질병 치료와 예방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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