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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호씨<83·전서울교대학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래 산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나는 아직 모릅니다. 내가 이제껏 살고있는것은 내가 오래 살려고 노력해서라기보다는 집안 아이들이 오래 살도록 잘해주니까 오래 살고 있을뿐이지요.』
교육계의 원로인 양헌 조재호선생 (83·전경기·서울중고교장, 전서울교육대학장)의 장주의 변이다.
제아무리 오래 살고 싶어도 자손들이 해주지 않으면 힘든것이며 설사 가족의 화목이 바탕이 되지않은 소외속에서 오래 산다 하더라도 그런 장수는 자랑스러울 것도, 영광될 것도 없으며 또한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불안할때 오래 사는 것 도 큰 욕이 되는 일이라고 조옹은 말한다.
그는 새벽5시에 기침해 라디오뉴스를 듣고는 다시 자리에 드러누웠다가 8시쯤에 일어난다. 손주녀석들 학교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애들을 보내놓고는 아래속옷만 입은채 찬물로 얼굴과 고간과 발을 씻는다. 그리고서 목과 어깨·허리·다리·발을 차례로 두드리고 문지르기를 5∼7분정도 계속한다. 요사이는 두시간만 누웠어도 어깨가 아파 한밤중에도 일어나 10분쯤 몸을 주무른후 눕는다고.
오전엔 자신이 설립, 현재 고문으로 있는 삼악회(퇴직교원들의 모임) 나 평생 몸담아온 색동회에 가끔씩 나가는 외엔 대개 집에서 낮잠을 자거나 교육·도덕에 관한 책을 읽는다.
하오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녀 영화 (4년) 와 손자 영근 (2년) 이를 앉혀놓고 오늘 배운 과목과 내용이 무엇이였는지를 묻는다. 이것은 아이에게 복습의 기회가 되면서 또한 대화훈련과 조손간의 인간관계 형성에도 중요한 교육이 되며 동시에 할아버지에게는 가장 외롭지 않은 시간이 된다는 얘기다.
식사는 하루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든다. 아침은 잣죽이나 빵, 점심은 라면이나 국수, 저녁은 주로 밥을 드는데 같이 사는 세째며느리의 마음 씀새가 고와 불편한 것이 없단다. 우유는 매끼 한잔씩을 곡 들며 아침 식사후의 코피한잔도 양헌의 고정메뉴.
건강의 대적은 지나친 욕심. 그중에서도 물욕이라고 말하는 조옹은 순리에 좆아서 과욕하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평온한 마음을 갖고 사는것이 건강의 첫째 조건이라고 결론 짓는다.
또한『설사 세상일이 마음에 들지않더라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말고 긍정적으로 돌려보는 마음자세도 결국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자신은 때때로 자작아호인 아모 (아모) 같이 벙어리처럼 지낼때가 있다고 삶의 자세를 강조했다.
(글 신종오기자 사진 신동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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