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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플사 30대 잡스회장 퇴장|무너진 실리콘 밸리의 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때 세계 퍼스널컴퓨터시장을 석권했던 미국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잡스」회장 (31)이 자신이 고용했던사장에 의해 회사에서 좇겨난후 재기를 노리고있다.
23살때 애플사를 세워 신화적인 급성장을 이룩했던 그의 퇴진은 「기술발전에 대한 맹목적 비전」이나 「취미에 대한 정열」만으로는 대기업을경영할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있다.
애플사는 지난17일 「잡스」회장의 사임결정을 공식 발표했으나 그가 실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된것은 지난 5월부터였다.
당시 그는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이사진의 결정에따라 소위 「시베리아」라는 별명의 연구사무실로 자리가 옮겨지게 되었고 이때부터 실제로 아무런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해왔다.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이같이 몰락하게된 배경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애플사가 지난 83, 84년 두해에 걸쳐 매출액이 급격히 줄어드는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되었고 그 원인이 「잡스」회장의 제품생산에 대한 무책임한 고집 때문이란 비난이 사내외에서 빗발쳤기 때문이다.
애플사는 77년 「잡스」회장과 그의 고교동창 「스티븐·워즈니악」(35)이 공동설립한 이래 3년후인 80년에 1억1천7백90만달러라는 경이적인 매출액을 기록, 미국 퍼스널컴퓨터시장의 32%를 점하는 제1의 기업으로 확장됐었다.
이들 20대의 「무서운 아이들」에 의한 최첨담 분야의 제패가 「시리콘 밸리의 신화」로 각광을 받게 된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82년 세계최대 컴퓨터기업인 IBM이 퍼스널컴퓨터분야에 뛰어들면서부터 애플사는 시장을 마구 빼앗겨 83년에 7천6백만달러, 84년에 6천4백만달러로 매상이 급격히 감소하는 퇴조를 겪게됐다.
「잡스」회장은 처음에는 IBM의 시장참여에 대해 『IBM을 환영한다』는 신문광고를 내는등 청년다운 패기로 대처했으나 IBM의 탁월한 「조직적 경영」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회생책으로 「잡스」는 83년 5월 펩시콜라 사장이었던 「존·스컬리」씨(46)를 사장으로 영입, 전문경영체체를 갖추고 84년1월부터 사무을 퍼스널컴퓨터인 매킨토시의 생산에 착수하는등 「IBM과의 한판승부」를 걸었다.
그는 비장의 무기라고 생각한 매킨토시의 제작에 직접 간여, 자신의 취향에 맞게 만들었다. 그러나 매킨토시는 사무용 컴퓨터로서 부적합했다.
기기조작은 보다 간편히 할수 있게 만들어졌으나 사무용으로서는 메모리 용량이 부족했고 특히 고성능 프린터가 없어 사무용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잡스」회장의 매킨토시에 대한 고집은 사내에서 그의 카리스마적인 권위로 간접적인 비난은 해도아무도 직접 만류할수는 없었다.
더우기 그는 매킨토시의 보호를 위해 애플사의 다른제품을 사무용으로 선전하지 못하게해 점차 사내의 다른 파트 임원들과 불화가 잦아졌다.
결국 매킨토시가 목표대로 제대로 팔리지 못하고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애플사의액면 60달러짜리 주식이 23달러로 폭락하는등 타격을 입자 사내의 비난이 공개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참다못한 「스컬리」사장은 이사진의 호응을 얻어 「잡스」회장을 퇴진시키고 직원 1천2백명을 해임, 재경비를 단행하게 된것이다.
「잡스」회장은 애플사를 떠난뒤 자신이 갖고있는 2천1백만달러 상당의 애플사주식을 팔아 이자금으로 「넥스트」란 이름의 제2의 컴퓨터회사를 실리콘 밸리에서 설립하고 재기의 칼을 갈고있다.
『애플은 컴퓨터를 사업의 목적, 나아가 철학으로 생각하는 정신에서 설립한 것이다. 컴퓨터가 철저히 상품화된다면 나는 애플을 버릴수 밖에 없다.』
소비자가 원치 않더라도 취향에 따라 제품을 만들려했던 「잡스」의 이같은 말은 그가 소규모의 벤처 비즈니스(모험산업)의 주자로서는 적합할지 몰라도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는 부적합 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젊다. 70년대초 포틀랜드시 리드대학을 1학년때 중퇴하고 당시 유행하던 히피에 물들어2년간 인도를 방랑했던 그는 나름대로 인생을 깊이 생각하는 법을 알기때문에 한번의 좌절에 더큰 도약의 계기를 얻으리라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기대이기도 하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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