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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승민 복당 결정에 반발하는 친박, 제정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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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누리당이 4·13 총선 과정에서 탈당해 무소속 당선된 7명의 의원에 대해 모두 복당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미 복당을 신청한 유승민·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 4명의 복당이 승인됐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최악의 선거 참패를 당하고도 지난 두 달간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 ‘식물 정당’ 소리를 들었다. 오히려 친박과 비박의 계파 다툼이 총선 전보다 격화돼 서로 “당을 떠나라”고 삿대질이다. 기록적 참패를 자초한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 한마디 없고 새누리당은 비대위 구성 외에 뚜렷하게 한 일이 없다. 그런 점에서 유승민 의원을 복당시킨 건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친박 패권주의에 따른 무리한 공천을 반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만 선거 전까지 “복당은 절대 없다”고 외치다가 얼렁뚱땅 받아들이는 형식이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새누리당이 유 의원에게 문제 삼은 건 정체성이었다. 당의 노선과 이념, 정책에 맞지 않는다고 그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유 의원은 개혁적 보수와 수평적 당·청 관계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유 의원을 복당시키는 이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가 내세운 개혁적 보수와 수평적 당·청 관계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를 낙천시킨 건 보복이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야 총선 패배 책임자, 친박 패권 공천에 대한 추궁으로 이어지고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윤상현 의원에 대한 복당 이유도 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처한 윤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를 겨냥한 막말 공천개입 파문을 일으킨 해당 행위자다. 박 대통령의 당내 세력 확장에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정치권엔 알려져 있다. 친박 패권주의와 집권 세력의 오만, 독선이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윤 의원의 막말 사건은 친박 패권의 상징적 장면이다. 당연히 박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혀 쫓겨난 유승민 의원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유 의원과 함께 복당됐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주장한 ‘동반 탈락’과 다를 게 없는 논리 아닌가.

하지만 친박계는 오히려 유승민 의원 복당에 반발하고 김희옥 비대위원장은 거취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백서를 펴낼 예정이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해법이 올바르게 나오는 만큼 백서엔 유승민 의원 복당에 담긴 친박 패권주의 해소의 뜻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한심한 상황 판단이라면 그런 백서를 기대하긴 어렵고, 진정성 없는 반성이 담긴 백서라면 나온들 무슨 소용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이 거듭나려면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