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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지원자 감소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4일 마감된 85학년도 학력고사원서 접수결과 한가지 주목할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응시자수가 작년보다 1만2천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전년대비 응시자수가 줄어든 것은 70년대 처음이다.
물론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제2외국어가 추가된데다 논술고사가 수험생들에게 새 부담이 되었으리라 분석이 가능하다.
경기가 예년같지 않아 실제로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늘어났다고볼 수도 있고, 대학을 나와봤자 취직도 잘 되지않는데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별 뜻이 없다는 생각도 있을수 있다.
이같은 원인분석에 앞서 우리가 대입학력고사 응시인원의 감소현상에 각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대학으로만 쏠리어「무작정 진학풍조」에 제동을 거는 조그마한 출발점일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도 드문 학력위주 사회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못할 사실이다. 초·중·고과정은 나름대로 완결성을 지녀야할 교육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란 종착역으로 가기위해 어쩔수 없이 거쳐야할 과정쯤으로 인식되어 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학간판없이 변변한 취직자리를 넘본다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고 설혹 취업이 되었다해도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감수치 않을 수 없는게 우리의 숨김없는 실정이다.
우리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서 구실을 톡톡히 했지만 지나친 학력선호가 숱한 부작용과 사회적 낭비의 원인을 이루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학간판 없이는 행세를 못하니 대학의 문은 바늘구멍만해지고 엄청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서 졸업을 해도 마땅한 취직자리를 못찾아 빈둥빈둥대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한 사회나 안정의 바탕위에서 성장을 구가하려면 성원의 학력구조가 피라미드형을 이루는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다. 고학력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사회발전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훼손하는 역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는 식의 학력만능풍조를 지양하는 일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무작정 대학에 가고 보자는 풍조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물론 고등학교나 초급대학을 나와도 장기적으로 보면 대졸자에 못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게되었기 때문이긴하다.
학력간 임금격차가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한 사회가 그만큼 안정되고 선진화되었다는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경제가 그 수준이 되면 임금격차란 문제는 자연 해소된다고 볼수는 있다.
그러나 고학력지향의 낭비적 측면을 생각하면 경제의 선진화부터 선결되기를 언제까지 기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전문대학이나 고교만 나와도 떳떳한 사회성원으로서 구실을 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일은 비단 교육으로 해결할 수 만은 없고 사회 각계각층이 다같이 관심을 갖고 특히 정부의 주도적 노력이 요구되는 과업인 것이다.
대입학력고사 응시인원의 감소가 85학년도에 한정된 일시적현상이 아니기를 기대하면서 그것이 불필요안 고학력지향풍조에 쐐기를 거는 계기로 이어지도록 제도적대응을 촉구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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