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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명사설<사설>(83년 1월 1일)한민족과 기술혁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새해 아침 우리는 새삼 새로운 과제와 소망으로 경건한 마음이 된다.
이 시대는 기대와 소망만의 안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비상한 노력과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이미 살아갈 수 없다. 양극적으로 살길을 찾고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욱이 우리는 민족분단의 현실 속에서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라는 남다른 여건을 타개하여야할 특수한 상황에 서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술의 도입과 혁신은 새해 우리의 핵심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원가절감과 품질개선, 생산성향상을 목표로 한 획기적인 기술기법의 도입과 창조적 개발이 요구된다.
벌써 선진국들은 공장의 자동화와 사무의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있다. 컴퓨터의 발달은 거의 모든 문제를 해소해주고 있다.
컴퓨터는 지금 전대미문의 새로운 인류문명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시대의 신기한 생활양식들이 지금 우리 앞에도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방관자일수만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우리의 뒤떨어진 기술능력을 부지런히 키우고 절차탁마하여 고부가가치를 갖는 신제품을 개발해내야 한다.
더욱이 학자들은 닥쳐올 21세기는 반도체산업을 기초로 한 전자공업과, 유전자공학을 기반으로 한 생명과학의 두 핵심과학 기술이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있다.
미래세계에서의 국가민족의 우열이 이들 핵심산업기술의 경쟁능력에서 판가름난다는 것도 분명해진다.
그런 인식에서 우리는 전자산업과 유전공학 등 첨단과학기술의 국제적 경쟁대열에 용감히 뛰어들어 도전하고 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민족의 장래를 건 관건이며 불가피한 싸움마당이기도 하다. 결코 실패해서도 안되고 결코 좌절, 패배할 수도 없는 절대적 생존의 기회다.
그 절대절명의 기회에 우리가 믿을 것은 한가지뿐이다. 우리의 국민적 자질이다. 탁월한 기술두뇌와 근면 성실한 성품을 갖추고 있는 국민성이다.
한민족의 탁월한 기술적 두뇌는 전통과학사의 맥락 속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과학사는 흔히 중국과학사의 한 지류로 보이지만 이것은 겉보기일 뿐이다. 그것을 끊임없이 변형하고 개량하며 독창성을 발휘한 주인공은 우리 한국민족이었다.
지금 한국인의 과학 기술적 창조, 응용능력은 새로 깨어나고 있다. 잃었던 주권을 회복하고 민족적 주체성을 불태우며 경제입국에 국민적 역량을 총집결해야한다는 자각이 움트기 시작했다. 초년대의 경제성장, 오늘의 기술혁신 열기는 하나의 체험적 교훈이다.
더욱이 한국인의 근면성과 성실성은·해외건설의 현장에서, 혹은 미주이민취업실태에서, 혹은 공단의 노동현장에서 실증되고 있다.
탁월한 두뇌와 성실 근면한 국민의 자질은 이제 첨단과학기술의 국제경쟁에서 진가를 발휘하여야 할 계제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이미 구시대의 퇴폐와 고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미「군나르·뮈르달」이 『아시아의 드라마』에서 개탄한 「빈곤한 아시아인」 에서 탈피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변화의 시대를 극복할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결단에 따라 첨단과학기술산업의 미래에 도전하고 있다.
1983년은 그 점에서 한국인에게 전통을 계승하는 새로운 과학기예의 비약을 다지는 한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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