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점술사이" 역학교실이 붐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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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역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취미생활로 역학을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고, 서점에서도 그와 관계된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 지난 13일 하오4시30분 비원앞 중앙문화센터 301호 「생활역리」강의실. 20여명의 수강생들이 양학형씨의 관상학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그중에는 강의전체를 녹음하는 열성적인 수강생까지 보인다.
『남북조시대니까 우리나라의 신라때쯤 됩니다. 인도의 도승 달마대사가 중국으로 건너가 포교하려 했으나 관상가의 세력에 압도되어 티베트변경 동굴에서 9년간 관상학을 연구한뒤 다시 나와 불교전파의 방편으로 관상학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수강생들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20대 미혼여성에서부터 50대 중견회사원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들속에는 스님도 끼여 있다.
관상학강의를 듣고 있는 동기에 대해 K대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김민숙양 (25) 은 『수양이 기본이다. 시대가 너무 빨리 달려가서 자신이라도 멈추어 서서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S암자에 있다는 혜운스님은 『자연을 공부하고 있다. 인체도 자연의 한부분이자 가장 중요한것이기때문에 관상학을 배우면 공부에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문화센터에서도「생활역리」 등의 이름으로 역학강좌를 마련하고 있는데 근래들어 반응이 좋아 강좌수도 늘어났고 종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강습소마다 차이는 있으나 기초적인 역학과 주역의 이치를 이론적으로 다루는 명리학, 관상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인상학, 집터와 묏자리를 잡는 풍수지리 등의 강좌를 설치하고있다. 또 주역을 「오늘과 미래를 알아보는 점서」로 소개, 점술적인 면을 강조해 가르치는 주역강좌도 있다.
또 서점에서도 각종 역학서적들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주역을 비롯해 사주·궁합·관상·점성술·성명학 등 다양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현재 광화문 교보문고의 경우 생활역리(학술·철학 등을 제외) 서적만 1백여종이 넘는다.
내용을 살펴보면 관상에서 손바닥을 보는 수상학으로, 발바닥을 보는 족상학으로까지 발전되었고, 집위치를 보는 가상학, 꿈을해몽하는 해몽학 등 이루 다 꼽을수 없을 정도다.
교보문고에 근무하는 김화숙양(25)은 『지난해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운 손님들이 생활역학 책을 찾는다』며 『즉석에서 수상학책을 뽑아 자신의 손금과 비교하는 학생들과 데이트하는 남녀가 궁합을 맞추어 보고는 책을 구입하지않고 그냥가는 경우도 훨씬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인생십이진법』 (정다운저)인데, 올 2월에 출판된 이래로 10만부를 돌파했다.
이 책은 서구의 점성술과 동양의 사주학·역학 등을 조합해 앞으로의 미래를 점치도록 내용이 꾸며져 있다.
저자인 정다운스님은『사회가치나 의식세계가 첨예화됨으로써 인간성상실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 와중에서 정신·영혼·운명에 대한 새탐구정신이 숫구친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전영태씨 (충북대교수)는 이들 책이 널리 읽히는 이유에 대해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불확실성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역학에 관심을 끌게한다』고 밝힌다.
또 연세대 오병훈교수(정신과)는 이런 현상에대해 『미래에 대한 잠재적인 불안·공포 때문이다. 과학과 인간이 서로 불균형을 이룰때 그 불안감은 더욱 심화되고 고조된다. 두뇌나 기능적인 발전에 비해 정서적인 성장이 뒤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인 갭을 메우려는 일종의 정신적인 위안』이라고 설명한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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