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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시네마 매점 비자금 의혹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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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이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74)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모녀가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권을 확보·운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 불법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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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총괄회장과 차남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함께 가족들의 재산 증식 경위까지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L씨 등 3명을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비자금 조성 경위 및 규모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신영자와 서미경 모녀에게
수년간 매점 운영권 몰아줘
롯데 “관련 회사 이미 손 떼”
그룹 총수 금고지기 셋 소환

롯데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지난 10일 롯데 계열사 6곳 등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 당시 롯데쇼핑의 시네마사업본부를 집중 수색했다. 검찰은 이곳에서 최근 수년간 롯데시네마 매점들의 연간 매출 등이 담긴 회계 장부와 사업권 배정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롯데시네마가 신 이사장과 서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이들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와 배임 행위를 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롯데쇼핑의 사업부 중 하나인 롯데시네마는 2014년 기준으로 매출 5690억원,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관객 수는 6529만 명으로 전체 영화 관객 수 2억1729명의 약 30%에 달한다. 롯데시네마는 팝콘·음료수 등을 파는 영화관 매점 사업운영권을 수년간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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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 이사장과 그 자녀들이 지분을 가진 사실상 가족 기업이었다. 2002년 설립된 유원실업은 서씨와 함께 신 총괄회장, 서씨의 딸 신유미(33)씨가 각각 지분의 60%와 40%를 보유해 왔다. 연 매출 200억원이 넘는 알짜 회사다. 서씨는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 출신으로 80년대 초반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롯데시네마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는 수년 전 논란이 됐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2013년 2월 “롯데시네마의 매점을 직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개월 뒤인 2013년 7월부터 6개월여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롯데쇼핑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한 뒤 이듬해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때 롯데쇼핑 산하의 롯데시네마가 매점 사업권을 총수 일가에게 몰아준 게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롯데쇼핑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대한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도 이미 내사 단계에서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이 서씨 모녀가 운영해 온 유원실업과의 계약을 최종적으로 해지한 건 2015년 2월에 이르러서였다. 재계에 따르면 유원실업보다 앞서 롯데시네마의 일감이 끊긴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적자 전환해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 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병행해 롯데시네마 관계자들도 불러 누구 지시로 신 이사장과 서씨에게 매점 사업권을 넘겼는지,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후 신 이사장과 서씨의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지적에 따라 계열사 또는 관련 회사는 매점 운영에서 이미 손을 뗀 상황”이라며 “최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신 총괄회장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온 L씨와 임직원 2명을 불러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신 총괄회장 부자에게 건네졌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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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 착수 후 롯데 관계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처음이다. 검찰은 당초 지난 10일 이들의 자택도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돌연 자취를 감추면서 다음 날인 11일에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롯데그룹의 비자금 수사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비리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라며 “사정 정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신동빈 회장은 20일께 국내에 귀국할 전망이다.

이소아·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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