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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신관 34층 신격호 집무실 금고는 비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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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에서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동빈(61)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신관 34층, 신 회장 집무실과 정책본부가 있는 롯데쇼핑센터 24~26층에 공을 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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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곳서 트럭 7대 분량 압수한 검찰
영빈관선 신동빈 금고 통째 가져가
“의미있는 자료 없다, 증거인멸 추정”
롯데 측은 “숨긴 것 없다” 주장

하지만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과 관련한 압수수색에서 중요 단서가 될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의 집무 겸 가족회의 공간으로 쓰는 신관 34층의 금고는 비워져 있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을 때 그곳에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만 있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신 회장 집에도 회사 관련 자료가 별로 없었다. 압수물은 서류가방 한 개 분량이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최근 주거지로 사용하고 있는 종로구 가회동의 롯데그룹 영빈관에서 신 회장의 금고를 통째로 가져갔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금(미국 달러화 등)과 서류가 들어 있는데 수사에 큰 의미가 있는 자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살펴보니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 많지 않다. 사전에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재계 등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검찰이 롯데그룹을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돌았다.

앞서 검찰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수사에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비리를 조사하다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BNF통상이 회계 자료 등을 폐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롯데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조사를 당했지만 나온 것이 없었다. 숨긴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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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압수품을 가득 싣고 롯데호텔 주차장을 떠나는 트럭. 검찰은 이날 롯데 계열사 6곳과 고위 경영진 집 등 총 17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오전 9시에 시작된 수색은 자정 무렵에 끝났다. 압수품은 모두 트럭 7대 분량이다. 검찰은 롯데그룹의 ‘두뇌’에 해당하는 정책본부를 집중적으로 뒤졌다. [사진 김상선 기자]

서울중앙지검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를 동시에 수사에 투입했다. 특수4부는 이 수사를 위해 검사 2명을 충원했다. ‘빠르고 집중적인’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수사 대상에는 그룹 2인자이자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인원(69) 롯데쇼핑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도 올라 있다.

정책본부는 흔히 ‘신동빈의 두뇌’로 불린다. 그룹 차원의 예민한 일은 대부분 이곳을 통해 처리된다. 검찰은 정책본부에 대한 수색에 많은 인력을 투입했다. 이날 총 17곳의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트럭 7대 분량의 압수물을 확보했다. 그중 한 대분 이상이 이곳에서 나왔다. 수사관들은 주요 간부들의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유심칩까지 가져갔다.

신 총괄회장은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통해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한 반면 신 회장은 ‘정예부대’인 정책본부를 활용한 간접 통치를 해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 전반에 나선 2004년 10월에 경영관리본부 이름을 정책본부로 바꿨다. 신 회장 본인이 첫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현재는 이인원 부회장이 총 책임자다.

‘넘버 투’로 꼽히는 이 부회장은 계열사를 통솔하고 있다.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신격호 회장의 눈빛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안다”는 말을 들었다. 오랫동안 신 총괄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이 된 뒤에는 부본부장을 맡으며 이른바 ‘신동빈 라인’의 정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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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본부는 운영실·비서실·인사실·비전전략실·커뮤니케이션실·개선실·지원실 등 7개 실로 구성돼 있다. 소속 인원은 약 200명이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부서는 운영실이다. 계열사 간 업무 조율을 비롯해 그룹의 모든 현안을 다룬다. 주요 정보는 운영실을 통해 신 회장에게 보고된다. 운영실장인 황각규 사장은 신 회장의 총애를 받는 인물로 차기 정책본부장 ‘0’순위로 꼽혀 왔다.

글=이현택·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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