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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시험관아기 시술 30년, 새 생명 9만 명 넘게 태어났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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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치료 전문 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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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돈 원장이 병원에서 자체 개발한 배양액을 들고 시험관아기 성공률을 높이는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석준

만혼으로 출산이 늦어지면서 난임이 늘고 있다. 부부 다섯 쌍 중 한 쌍이 난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난임 치료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10만여 명의 아이가 의술의 힘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 난임 치료에서 주목받는 병원이 있다. 난임 치료 특화병원인 마리아병원이다. 이 병원의 난임 치료(시험관아기)로 태어난 아이는 9만 명이 넘는다. 마리아병원 이원돈 서울 본원 원장을 만나 난임 치료 스토리를 들었다.

마리아병원은 임신과 난임 치료를 시도하는 여성들이 마지막에 찾는 병원이다. 난임 치료에서 3차 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많은 난임 부부가 거쳐갔고, 찾고 있다. 마리아병원의 난임 시술 건수를 봐도 이 병원의 유명세를 알 수 있다. 2006~2015년에 마리아병원(전국 9곳)에서 난임 치료(시험관아기 시술)를 받은 환자 수는 11만3729명이다. 지난해만 1만5389명이 찾았다. 이원돈 원장은 “시술 건수가 많다는 것은 사람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이고, 또 임신 성공률이 믿을 만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특정 병원에 환자가 쏠리는 것을 우려해 의료기관별 난임 시술 건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식적인 통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0년간 11만여 명 시험관 시술
30대 초반 임신 성공률 54.4%
43세도 100명 중 17명이 임신

난임 부부 6쌍 중 1쌍은 찾아와

복지부는 2007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불임시술 지정기관별 시술비 현황’과 ‘불임시술 성공률 증가를 위한 시술기관 질 관리 및 평가시스템 구축’ 연구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술비 지원 건수는 총 1만9345건으로, 이 중 16.1%에 해당하는 3105건이 서울마리아병원(본원)이었다. 난임 부부 6쌍 중 1쌍이 한 병원을 찾았다고 해서 당시 화제가 됐다.

특히 시술 실적 1000건이 넘는 의료기관 6곳에 대구마리아병원(1380건), 경기마리아병원(1183건), 부산마리아병원(1088건)까지 포함됐다. 마리아병원이 난임 분야에서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다.

환자가 많이 찾는 배경을 물었다. 이 원장은 “난임 시술 시 의료기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아무래도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신뢰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마리아병원의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소아과 진료를 같이 봤다. 그러다 1989년에 난임센터를 열었다. 난임이 향후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현재의 난임 특화병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2년 후였다. 분만 등 산과 진료는 과감하게 버렸다. 이 원장은 “난임 여성이 산모와 섞이다 보니 자괴감 등 심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이 있었다”며 “난임 치료로 분야를 한정한 것은 환자를 위한 병원의 조치였고, 같은 입장의 환자만 있어 환자들이 더 편안해 한다”고 말했다.

마리아병원은 서울에 본원을 포함해 세 곳과 일산·부천·평촌·대전·대구·부산 등 국내 9곳, 뉴욕마리아 등 총 10곳이다. 그는 “난임 치료를 받는 환자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기 때문에 환자의 접근성을 높여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분원정책은 그래서 생겼다”고 했다.

본원과 분원 9곳 의료 질 같아

분원 모두 본원과 동일한 수준의 의료를 제공한다. 198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당시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를 명예원장으로 하고 철저히 본원에서 의료진과 연구진을 트레이닝하는 방식이다. 이 원장은 “본원과 분원 간에 콘퍼런스 등 학술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며 “전국 마리아병원의 의료 질이 평준화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의료 질 관리 성과는 임신 성공률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전체 마리아병원 시험관시술 임신 성공률은 30대 초반 54.4%, 38~40세 31.2~41.1%다. 10%가 채 되기 어렵다는 43세의 경우도 17%나 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임신 성공률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치다. 이 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환자가 주로 찾는 병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높은 임신 성공률”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이 병원의 높은 임신 성공률이 인정을 받았다. 뉴욕마리아병원(Neway Medical)의 임신 성공률(35세 이하)은 2013년 뉴욕 전체 의료기관 중 가장 높았고, 2014년에는 2위를 기록했다. 이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난자도 나이를 먹는다”며 “되도록 일찍 자녀 계획을 갖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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