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발전법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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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업정책의 골격을 크게 바꾸는 새 「공업발전법안」이 성안되어 경제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법안을 구상한 상공부의 설명으로는 내외여건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산업정책과 제도의 전환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업구조합리화와 경쟁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공업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80년대이후 국내산업의 현황을 살펴볼때 전반적인 산업효율은 떨어지고 생산성은 정체되어 있으며 관주도와 시장기능의 제약에 따른 병폐가 누적되어 있고, 밖으로는 보호주의와 기술발전의 격차가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
이런 현실은 공업구조와 산업정책, 규제와 지원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요구하고있다. 공업발전법구상은 말하자면 이같은 산업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1차적해답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법안이 우선 국내공업의 구조전환과 경쟁력 제고에 촛점을 맞춘것이라면 일단 그 입법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의 촛점을 공업구조 개편과 경쟁력 제고에 맞춘다면 이 법은 기본적으로 경쟁촉진적인 방향이 되어야하고 정부 개입의 축소가 반영돼야하며 동시에 산업 지원방식과 제도 행정의 전환이 포함돼야한다.
이 점에서 볼때 알려진 이 법안의 골격은 충분히 유효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 첫째는 이같은 산업구조개편이 공업기본법에 포괄적으로 규정되기에는 너무나 벅찬 과제인 점이다. 이 법안은 경쟁력유망업종과 사양산업으로 대별하여 전자는 육성지원하고 후자는 정비·합리화한다는 구상이다. 그것이 기본법의 성격을 띠는 한 이같은 포괄규정이 불가피한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는 전자·후자 그 어느것도 기본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방대한 연관정책과 연계되어있다. 더우기 우리는 지금 부실기업정리라는 큰 당면과제를 안고있는 만큼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구조전환이나 사양산업 합리화는 큰 진전을 이룩할수 없는 형편이다. 그리고 이 부실산업정리는 공업발전법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며 범정부적 시한적 과도적 해결책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공업발전법이 어떻게 소화해야 할것인지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유망산업의 지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지금까지의 특별법에 의한 개별지원과 규제를 일원화한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개별산업의 지원은 그자체로 정부규제와 표리관계에 있었고 산업의 균형발전에도 저해되어온 점에 비추어 개별지원법의 폐지는 바람직한 정책발전이다.
다만 기존의 다양한 지원수단들, 예컨대 각종기금의 통합운영은 새로운 재원의 애로를 유발하기 쉽다.
지원의 방식을 업종위주에서 기능중심으로, 그리고 세제 금융방식보다는 기술개발과 경쟁력 중심으로 바꾼다는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조세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제외한 별도의 지원수단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것은 시장자율기능과 경쟁의 확대가 법보다는 행정과 관행에 더 크게 영향받는다는 사실이다. 공업발전법안도 이런 측면에서 더 보완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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