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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둠스데이’ …호텔 상장 차질, 월드타워 면세점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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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검찰 수사 영향으로 오픈식을 취소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프렌치 위크’ 행사장. [뉴시스]

롯데그룹에 10일은 ‘둠스데이(doomsday·운명의 날)’ 같은 날이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소공동의 롯데정책본부·롯데백화점·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시네마(잠실), 롯데정보통신·롯데피에스넷(이상 가산동), 롯데홈쇼핑(양평동), 대홍기획(남대문로) 등 17곳을 뒤졌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신격호(94) 총괄회장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미국 화학회사 인수 계획도 철회
신동빈, 스키총회 참가 뒤 내주 귀국
신격호 회장은 압수수색 전날 입원
신동주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백화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었던 ‘프렌치 위크’ 오픈식 행사를 취소했다. 롯데백화점 차원에서 프랑스 관련 상품을 최대 70% 할인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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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SDJ코퍼레이션 회장)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0일 오후 신격호 총괄회장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신 회장의 가신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이인원 부회장은 이날 오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전방부대 도서관 기증 협약을 맺은 뒤 회사로 복귀하지 않았다. 황각규(사장) 정책본부 운영실장 역시 예정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장을 취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처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에 대해서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호텔롯데는 당초 이달 29일 상장될 예정이었으나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롯데면세점에 대한 검찰 조사를 이유로 다음달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99.3%)을 65%대로 낮추고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던 신 회장의 계획도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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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이날 미국 화학회사인 액시올 인수전 참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터진 국내 상황과 현지 인수전 경쟁 과열로 계획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그룹의 명운을 걸고 진행하던 ‘제2롯데월드(롯데월드몰·타워)’의 사업 추진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 허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월드몰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재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이달 30일 사업권이 종료된다. 롯데 측은 연말께 사업자가 선정되는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4곳 선정)에 도전하기로 했다. 한 면세점 간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MB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 온다면 롯데가 국익을 내세우며 면세점 사업권을 요구하기가 겸연쩍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한 계열사 대표이사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더 털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롯데쇼핑 임원 역시 “롯데백화점이 대홍기획을 통해 광고를 만들고, 롯데정보통신에서 컴퓨터를 마련하는 게 비자금과 연관이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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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사태의 중심에 있는 신동빈 회장은 한국스키협회장 자격으로 멕시코 캉쿤에서 열리는 세계스키협회 총회에 참석하고 있으며 미국을 거쳐 다음주 중 귀국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압수수색 전날인 지난 9일 고열을 이유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신동빈 회장의 친형이 신동주(62·SDJ코퍼레이션 회장)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글=이현택·곽재민·유부혁 기자 mdfh@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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