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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파산후 작가로 변신|영국보수당 부당수가 된 소설가 「아처」의 문학과 인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설가 「제프리·아처」(45)가 보수당 부당수에 임명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있다. 인기하락에 부심하던 「대처」영국수상은 3일 『케인과 아벨』 『대통령을 이야기할까요』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인기작가「제프리·아처」를 정계에 끌어들임으로써 국민들에게 보수당의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주고있다. 「제프리·아처」가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것은 다년사업실패뒤에 느낀 허망한 자신의 운명 때문이었다.
그는 명문 옥스퍼드를 졸업한뒤 곧 사업으로 1백만달러를 벌었고 67년에 27세의 나이로 런던시의회의 최연소의원에, 69년에는 영국의회사상 최연소 나이인 29세로 하원의원에 각각 당선되는등 고속의 출세길을 걸었다.
그러나 74년 외국투자기업인 캐나다계 회사의 사기사건에 휘말려 57만달러라는 거액의 부채까지 짊어진채 파산되자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 의원직을 사임했다.
당시에 사기로 투옥되었던 회사중역들과 채무자들을 구치소에서 만나 사건의 전모를 알고난뒤 그는『1백만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설을 갑작스럽게 써냈다.
이 작품은 1백만달러를 가로채려 획책한 젊은 네사람의 이야기인데 의외의 반응을 불러 일으켜 영국내에서 베스트셀러로 기록되면서 부와 영예를 되찾기 시작했다.
여기서 용기를 얻은 「제프리·아처」는 미국의 경제계를 배겅으로한 기업소설 『케인과 아벨 (Kane&Abel)』을 발표했다.
보스턴의 거부 「케인」과 폴란드의 무일푼 「아벨」의 숙명적인 만남을 그린 이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어 소설과 영화로 영국에서 1백만달러, 미국에서 75만달러를 벌어들였다.
77년에 쓴 『우리가 대통령을 이야기할까요』는 「에드워드·케네디」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줄거리. 지나친 상업주의가 아니냐는 미국평론가들의 따가운 비난과 함께 신문의 가십난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게된 동기에 대해 뉴욕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큰 시장(작품의)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매년 약6개월은 미국에서 지낸다. 미국은 늘 황홀한 성공과 함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라고 말했다.
「제프리·아처」는 일단 대중작가라는 평은 듣고 있지만 그의 작품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그가 초고라고 인정하는 원고는 이미 3∼4번 고쳐쓴 것이며 그초고를 여섯명의 가까운 애독자에게 읽힌 다음 논평을 듣는다. 다시 몇번 작품을 수정한뒤에 또다른 여섯사람에게 원고를 준다.
최종원고까지 모두 세 번의 그런 과정을 거친뒤에 세상에 선보이는 독특하면서도 진지한 원고집필태도를 지니고 있다.
정치를 잊고 오랫동안 문인으로 활동해온 그가 앞으로 보수당 부당수로서 어떤 정치를 퍼나갈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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