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지상의 양식'

오세영 (1942~ ) '지상의 양식' 전문

너희들의 비상은
추락을 위해 있는 것이다.
새여,
알에서 깨어나
막, 은빛 날개를 퍼덕일 때
너희는 하늘만이 진실이라 믿지만
하늘만이 자유라고 믿지만
자유가 얼마나 큰 절망인가는
비상을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진흙 밭에 뒹구는
낱알 몇 톨.
너희가 꿈꾸는 양식은
이 지상에만 있을 뿐이다.
새여.
모순의 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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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지와 현실 사이를 사는 존재의 모순을 노래하고 있다. 새삼 불쌍한 나의 날개를 만져본다. 아름다운 시인 바하만은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추락없는 삶이 어찌 행복하랴. 날자, 자꾸 날자꾸나. 오늘 먹이를 위해, 아니 사랑을 위해 날고 있는 한 마리 새, 그대는 아름답다.

문정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