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 침몰|체력 안배·작전의 실패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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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축구에 이어 남자 배구가 준결승에서 침몰, 한 가닥 기대했던 「금메달의 꿈」이 무산됐다. 2차 리그까지 6전 전승-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던 한국이기에 이날의 역전패가 더욱 가슴아프고 허망하기만 했다.
더구나 한국은 예선서 약체 팀에 무실점 퍼펙트 승을 거두느라 쓸데없는 신경과 체력을소모하더니 정작 중요한 고비에서 체력 열세로 무너져 어처구니없는 15-0패를 당했다. 선수의 체력 관리, 페이스 조절, 또 위기에서의 작전 변화에 무엇인가 큰 잘못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축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예선서 득점 올리기 경쟁을 하듯 두 차례나 6골을 올렸지만 득점하기보다 실점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작전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축구팀은 운도 따르지 못했고 심판의 텃세도 작용했다. 그러나 원정팀은 언제나 이런 핸디캡을 감수해야 하고 쓸데없는 약체 팀 대전보다 중요한 순간에 총력을 쏟는 것이 진짜 실력이다.
어떤 점에선 축구나 배구나 너무 장담하고 자만하다 상대팀 분석에 소홀하여 화를 당한 셈이다.
남자 배구의 역전패는 체력 안배 실패가 주된 패인. 초반의 오버 페이스로 2세트를 선취 승리를 목전에 두고도 내리3세트를 내줘 통한의 역전을 당한 것이다.
이날 승부의 갈림길이 된 3세트를 고비로 체력이 급전직하, 팀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열광하는 분위기에 편승한 일본은 기세 충천, 4세트부터 한국을 압도했다.
또 플레이메이커인 세터 최봉호(崔鳳鎬)의 토스웍 난조도 패인의 하나.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경고를 받은 최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난조에 빠져 3세트부터 팀플레이가 흐트러졌다.
그러나 한국의 역전패를 재촉한 결정적 패인은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이었다.
이 경기 주심을 맡은 이집트의 「하산」은 매세트 고비마다 번번이 한국에 불리한 판정을 서슴치 않았고 이에 흥분한 한국 선수들은 팀플레이에 맥이 끊겨 자멸한 것이다.
축구의 박종환(박종환) 감독은 『심판 장난에 우리가 당했다. 다시 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배구의 임태호(임태호)감독도 경기 후 『실력으론 우리가 한 수위』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승부에 진 것은 사실이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팀인 만큼 빨리 마음의 상처를 씻고 이번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내일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재출발을 다짐해야 할 때다.
【고오베=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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