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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부의 100년왕국」|록펠러센터 60% 매각결정한 록펠러그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뉴욕에 자리잡고있는 세계최대 재벌의 총본산인 록펠러센터가 부분적으로 매각처분될 운명에 놓여있다.
석유기업 엑슨, 체이스 맨해턴은행등 세계적 대기업을 거느리고 구름위로 치솟은 대형빌딩의 숲속에서 지난 1세기동안 부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전설적인 「달러왕조」록펠러그룹이 재정난을 겪고있는것이다.
그러한 조짐은 뉴욕타임즈지 (7월3O일자)와 월 스트리트 저널지 (8월1일자)의 경제면톱기사를 통해 드러났다. 『록펠러재벌이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위해 록펠러센터의 60%를 팔려고 내놓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그것이다.
또 서독의 시사주간 슈피겔지는『록펠러같은 재벌도 자금난에 빠질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수 없다』면서『록펠러센터가 지금까지 한번도 이같은 궁핍에 시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면역이안되어있는것 또한 사실』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록폘러가의 79명에 달하는 후손들은 그들의 재산목록 1호라고 할 수 있는 뉴욕맨해턴의 싯가 16억달러짜리 록펠러센터가 전성기때에도 연간 1%이상의 이익을 내지못했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게됐다. 이에 따라 록펠러센터에 매달려 살아온 다수의 록펠러가 사람들은 현금부족으로 목마름을 느끼게된 것이다. 집세를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생활스타일은 이제 그 한계점에 다다른 셈이다.
록팰러재벌의 창시자인「존」(1839∼1937)은 1870년에 스탠더드 오일회사를 설립하여 1911년에 이미 9억달러의 큰재산을 형성했다. 그의 상속자인 「존」2세(1874∼1960) 는 철저한 반알콜주의자로 1919년 미국에 금주령을 선포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맨해턴의 심장부에 거대한 록펠러센터를 세우는데 착수했다. 31년부터 9년간에걸쳐 건조된 록펠러센터는 지상 70층의 RCA빌eld을 중심으로 주위에 13동의 고층빌딩이 세워졌으며 2차대전후 2개동이 더 늘었다. 세계최대의 극장인 라디오시티 뮤직홀도 이센터의 일각에 자리잡고 있다. 그의 아들들 가운데는 전 체이스 맨해턴은행총재이자 현재 록펠러 그룹 총수를 맡고있는 「데이비드」(70), 뉴욕주지사를 지낸 정치가 「넬슨」 (1908∼1980) 등 5형제가 있었다. 그들은 마치 거대한 왕국의 왕자나 황제처럼 미국의 재계를 주름잡아왔다.
록펠러가의 전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가문내에서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말이 있을만큼 엄청나며 90억달러 (약8조원)로 추산되는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과주식의 형태로 되어있다는 정도만이 알려져있다. 74년 「포드」전대통령에 의해 부통령으로 지명된 고 「넬슨· 록펠러」 의 개인재산을 FBI요원 3백명이 동원돼 조사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같은 찬란한 역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대재벌의 1세가 죽은지 불과50년만에 한낱 날아가버린 꿈처럼 허물어지고마는것일까.
경영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에 따르면 록펠러센터의 자금난은 사무실빌딩임대가 영리추구방식으로 이루어지지못했기때문에 빚어지기 시작했다.
록펠러센터측은 11.7에이커 (약1만4천평)의 대지위에 서있는 57만6천평방m에이르는 사무실빌eld의 임대료를 대부분 장기계약을 통해 평방m당 연2백90달러로 비교적 싸게 받아왔다. 록펠러센터와 비슷한 다른 건물의경우 임대료는 평방m당 4백40∼5백70달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록펠러센터는 지난2월 콜럼비아대로부터 센터를 이루고 있는 부동산 일부를 사들이면서 지게된 4억달러의 단기부채를곧 갚아야할 입장에 처하게됐다.
이렇게 되자 록펠러가의 형제들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같은 자금난을 해결하기위해이미 2년전에 했던것처럼 회사 몇개를 부유한 다른 그룹에 팔아넘기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이탈리아의 피아트자동차재벌인 「아그넬리」가와 미국텍사스의 목장부호인 「벨톤·레버·존슨」이 록펠러그룹 재산의 6%를 사들인바 있다.
가족들간의 오랜 협의끝에나온 해결책은 새로 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를 설립하여 11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REIT는 이를 위해 9월중에 미국에서 6억달러의 주식과 해외에서 5억달러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것이다. 미국내에서 20달러짜리주식 3천만주를 발행하고 외국에서 5억달러어치의 사채를 판매하기로한 REIT의 자금조달계획은 미국에서뿐만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최대규모의 단일부동산거래로 손꼽히고있다. 투자분석가들은 그러나 미국내에서 발행될 주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REIT회사의 주식이 잘해야 연 13.1%의 배당을 할수있을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REIT측은 최고 15%의 배당을 제시하고있으며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록펠러센터의 수익성으로 미루어 연 13.1%의 배당도 달성하기 어려울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록펠러센터의 약60%를 처분하게되는 REIT사의 구상이 과연 투자가들의 구미를 당길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록펠러」 라는 이름이 신데렐라의 환상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지만 반대로 명성만믿고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결과가 어떻든간에 록펠러센터의 부분적인 매각처분결정은 1세기동안 미국을 돈으로 지배해온 세계최대재벌의 붕괴를 뜻하는 것으로 이는 록펠러가의 철학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것이며 후손들이 창업자의 정신에 보다 접근할수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것이다.
창업자 「존·록펠러」는 사업을 하는데 가장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것을 최초로 깨달은 인물이며 사업에 성공한 후에라야 사회로의 환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홍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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