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전력신산업, 공공·민간 협업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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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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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 속에 우리 경제에도 수출과 성장 절벽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2015년 1월 이후 월간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환율이 상승해도 수출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6%로 낮췄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선 신성장동력 창출이 시급하다. 관건은 기술경쟁력 확보다. 20세기 자원 제일주의 시대에 국가 위상이 자원보유 여부에 크게 좌우되었다면, 21세기 세계 경제는 기술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뉘어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패러다임과 기술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에너지 분야도 친환경 신산업 육성에 미래가 달려 있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 전력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핵심은 융복합이다. 에너지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분산발전,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 스마트미터, 수요관리 등 신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전력시장을 전면 자유화했다. 도시가스회사, 정유회사뿐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까지 전력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구글, 애플 등 인터넷, IT 기업과 금융회사들까지 에너지신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2014년 전력수요시장을 개설하고, 최근 대용량 소비자의 전력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정을 개정했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전력신산업의 성장동력화를 위한 요체는 소재기술, 단위기술을 넘어 이를 패키지화한 시스템기술의 사업화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대부분의 신산업은 아직 시장형성 초기단계로서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기술적 과제와 수익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와 사업 확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협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공공부문의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기초시장을 확대하고 민간투자를 촉진함은 물론, 공공과 민간의 유기적 협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력신산업의 육성을 위해 전력공기업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2000대 글로벌 기업순위에서 한전이 전체 97위, 전력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유틸리티 회사 중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한전이 유일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전력수급 위기상황과 5년간 누적적자 약 10조원의 경영애로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다.

글로벌 1위 전력기업으로 도약한 한전의 위상과 국제 신인도, 최근 안정된 재무상황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에너지 신산업의 마중물 역할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에너지산업의 격변기에 우리나라 공기업들이 수익성과 공공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국민에게 경제적 이익을,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국가에는 지구촌 공동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 진 우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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