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항·대만경제도 불황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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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아시아의 신흥공업국들이 금년 들어서 경기침체와 수출부진등으로 큰 비상에 걸렸다.
특수를 기대했던 홍콩이 의외로 고전하는가 하면(본지 22일자 4면 보도) 싱가포르와 대만도 이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광요수상은 지난주 TV연설에서 『지금의 우리 경제상황은 20년래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지적,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호소하고 향후 2∼3년간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실제로 작년에 8.2%의 높은 성장을 이룩했던 싱가포르는 금년 1·4분기 성장률이 겨우 1.3%에 머문데 이어 2·4분기에는 마이너스1.4%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됐다.
싱가포르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7%로 예상한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제침체의 주된 원인을 고 임금정책에 따른 경쟁력약화로 진단하고 임금인상 억제와 생산성 향상운동으로 활로를 찾기로 했다.
그러나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근로자임금의 25%씩을 내 투자재원 등으로 활용하는 CPF(중앙적립기금)는 그대로 존속된다.
싱가포르는 최근 경제난국을 타개키 위해 기업의 경비부담을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조세감면·자금지원확대·금리인하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써왔으나 드디어「임금 2∼3년 동결」이라는「고단위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수상은 79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의 임금수준은 한국·홍콩·대만 등 아시아의 경쟁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였으나 그동안의 고 임금정책으로 지금은 이들 3개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쌍룡건설이 진행하고있는 싱가포르 래플즈시티 공사의 예를 들어 한국근로자의 근면성을 칭찬하면서 싱가포르 근로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싱가포르경제의 침체는 국내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싱가포르경제를 주도해온 석유산업이 80년대 들어 크게 위축되고 있는 데다 금융산업도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세계적인 외채위기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산업구조를 재편,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을 성장산업으로 육성 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다행히 싱가포르는 집중적인 교육투자를 통한 많은 기술인력을 배양해왔다.
또 싱가포르는 최근 화어교육강화(중국어 보급운동)는 물론 올들어 중공에 정기항공노선을 신설한데 이어 이광요수상이 다음달 중공방문계획을 세우는등 대 중공관계개선이 두드려지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한편 「작은 거인」으로 착실한 성장을 해오던 대만경제도 올들어 정치·사회적 불안속에 수출둔화·투자부진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해 10.9%를 기록했던 실질성장률이 올 상반기에는 6%에도 못 미쳤다.
올7월말 현재 대만의 총 무역고는 2백98억 달러로 작년동기대비 2.5%가 감소했는데 특히 수출이 5월 이후 연3개월 동안 내리 감소해 불안을 더하고있다.
당국이 20여년 동안 지켜왔던 대만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을 7월부터 조정, 원화의 평가절하를 통한 수출경쟁력 제고를 유도하는 것도 주목된다.
올 상반기 현재 대만의 수출은 작년동기대비 1%증가한 1백50억 달러였으나 수입은 4.5%나 감소된 1백2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
수출부진도 문제지만 격감하고 있는 수입부진의 의미도크다.
수입감소는 바로 기계등 생산설비 도입이 크게 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현재 대만의 고정자산 투자액은 작년보다 6.3% 감소, 투자의욕 위축을 나타냈다.
대만의 투자부진은 최근의 대형금융부정사건 외에「헨리·류」사건·장경국총통 이후의 대만장래등 정치·사회적 요인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은 5월 정부·학계·재계대표 30명으로 구성된「경제혁신위원회」를 설치, 투자촉진을 위한 전면적인 경제혁신 방안을 마련중이며 14개 주요건설사업을 비롯한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조치를 취하고있다.
중공의 평화공세 속에 경기침체를 겪고있는 대만이 난국타개에 어떤 처방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홍콩=박병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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