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하형주의 유도는 이제 달인의 경지에 이른 감이 있다.
그는 25일 일목 고오베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95㎏급 이하 하프 헤비급에서 세계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땄다.
그의 상대 중 특히 소련의「쿠르타니체」는 뛰어난 선수였다. 힘과 기술이 모두 대단했다. 마지막 10초 전까지 하선수가 교과하나를 잃고 고전했던 것만 봐도 그의 기량은 넉넉히 짐작할만했다. 대세를 반전시킨 것은 하선수의 최후의 기술이었다.
그는 허벅다리 뒤축을 걸며 소련선수를 밀어 넘겼다. 불타는 투혼과 달인의 기술이 합일되는 순간이었다.
하선수의 세계 제패는 곧 한국 유도의 성장을 다시 입증했다.
유도 종주국을 자랑하는 일본도 이제 한국 유도를 경계,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원래 유도는 일본 고래의 유술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 기원엔 여러 설이 있다.
명나라 진원윤 시조설은 가장 유력하다. 동경 지애탕산에 있는 기도류 권법비엔『권법지유부야자기명인진원찬이시』라고 쓰여 있다.
일본의『역사양본』에서도 진이 일인 복야칠낭우위문(복야류의 시조)등과 유도의 형을 창출했다고 했다.
일본의『무예소전』과『신찬무술유조록』에도 진이 국창사에서 복야·삼포·기패에게 권법유법을 전수한 것이 기원이라고 했다.
진은 족격·비룡에 권기를 이식해 힘이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는 유술을 창시했다.
그러나 진의 기술은 소임사권술, 신심단련법, 한방건강법, 역근경, 유수경 등을 종합해 발생시킨 무술이었다.
일본 고유설도 있다. 수인천황 7년 야견숙미가 당마파연과 자웅을 다투어 그의 늑골과 요골을 부러뜨려 죽인 것에 기원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힘에 의한 싸움, 곧 강술이지 결코 유술은 아니다.
유도의 기본정신은 유능제강 약능제강(부드러운 것이 도리어 굳센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다)에 있다.
유도란 말 자체는 벌써『후한서』에 나와 있다.『오이천하역욕이유도행지』라고 천하를 다스리는데 부드럽게 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물론 무도로서와 유도를 지칭한 건 아니지만 유도의 정신만은 밝히고 있다.
한국인이 현대적 체계를 갖춘 유도를 배운 것은 8명의 동포가 1901년 일목 강도관인문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연구가들은 우리나라엔 상고부터 무술이 성행해서 고구려 각저총 고분벽화에 보이듯이 유도와 비슷한 경기가 있었고 고려에도 신법·각법·수법 등 25법이 행해졌다고 한다.
우리 유도의 세계 제패는 그런 민족의 오랜 전통의 계승임을 생각케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