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재판」빨라진다|민사소송법 어떻게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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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무부가 추진중인 민사소송법 개정은 60년4월 현행법이 제정된 이래 25년만의 대대적인 손질이다.
그동안 민사소송에 대한 판례나 학설 등은 상당히 발전돼 왔으나 국민들 사이에선 민사재판이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실체적 진실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강제집행의 확보수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판결의 휴지화 현상마저 보여왔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4월「민사소송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위원장 유현석변호사)를 구성, 이번 시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시안은 강제집행편을 제외한 총칙과 소송절차편이지만 변호사 강제주의의 채택, 법원의 직권강화 등 내용이 획기적인데다 4백68개 조문 중 2백97개 조문을 개정 또는 신설했다.

<직권주의 도입>
개정시안 중 명백한 법률문제에 관한 사항으로 국한되기는 하지만 법관이 법률을 모르는 당사자에게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직권주의의 도입은 민사소송구조의 커다란 변화로 볼 수 있다.
영미법계의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사소송은 재판부가 당사자에 개입치 않고 법정에 나타난 양측 주장만을 판단해주는 형식이었다. 이 때문에 법률지식이 부족한 당사자들은 최후 구제제도인 재판에서도 억울하게 패소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이같은 불합리를 시정하기 위해 현행 소송구조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륙법계의 직권주의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신속한 재판진행>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해 ▲근무지 재판인정 ▲기피신청의 남용금지 ▲변호사 강제주의 채택 ▲증인 불출석에 대한 형벌조항 등을 신설했다.
지금까지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확정판결까지는 보통 3년 이상이 걸리는 등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이 때문에 승소가 확정된다해도 그동안의 소송비용이 더 많이 드는 현상마저 있어왔다.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신청을 각하하고 소송절차를 속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조항을 본법에 흡수, 신속한 재판진행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또 고법과 대법원 사건에는 원심패소자에 대해 반드시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토록 하는 변호사 강제주의의 채택 역시 법률적인 쟁점만을 부각, 재판진행을 발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경우 자력이 없는 당사자에 대해 법원이 변호사 중에서 국선 대리인을 선임토록 한 것은 법률구조의 확대로 볼 수 있으며 1, 2심 패소자의 상급심 변호사 선임률이 80%정도임을 감안하면 20%정도가 국선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권리구제 범위확대>
1심에서 당사자 쌍방이 재판기일에 두차례 불출석 하면 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고「책임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경우에만 구제해 주던 것을「상당한 사유」로 완화, 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된 경우의 구제범위를 넓혔다.
또 고리대금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어쓰고 갚지 못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채권자에게 화해를 위한 사전 대리인 선임권을 위임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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