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7>제83화 장경근일기<8>서대문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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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0년4월14일
자유당 지영대회가 앞당겨 진것은 허정씨의 등장을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해서다.사실 이기붕의장의 부통령 후보지명은 시간이 가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이의장의 병세는 호전될 희망이 없이 점점악화되고 있다.이때문에 병약한 이의장의 부통령후보 추대에는 이론이나오고 있는데 이런 세론이 널리표면화할 틈을 주지않고 기습결의를 하자는 것이 주요한 동기다.더욱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허정씨가 등장할 가능성이다.무엇보다도 이의장 자신이 허정씨를밀고싶어 한다.
허정씨가 서울시장으로서 시정을 쇄신하고 재정을 개선한 업적이 국민에게 널리 인식되어 세평이 좋다. 이대통령도 허정씨를 좋아해 지난 봄 경무대로 불렀다.최치환비서관 말로는 이대통령이 요즘은 왜 허정이 연락도 없고 내게 오지않느냐고 해 그가 들어오도록 연락했다는 얘기였다.자유당 안에서도 허정씨에게 기대를갖는 사람들이 있다.이렇듯 이대통렁이 부통령후보를 재고할 가능성은 많았다.
이런 분위기를 염려해 한희석의원, 최인규내무, 박찬일 비서관이 중심이 되어 프란체스카」여사의 이의강 부처에 대한 신임과 집착에 매달렸다.
이재학부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온건파도 종래부터 허정씨를 배척해 온데다 이의장이 부통령이 되어야 이재학씨가 후임 국회의장으로 승격될 기회가 열리므로 이들강경파가 추진하는 일에 동조했다.임철호씨를 의강으로 미는 일파도 역시 같은 생각에서 이 공작을 거들었다.
최내무는 지난 봄까지 임철호씨 목에 기울어져 나까지도 달갑잖은 존재로 경계하는 결과를 자아냈으나 여름부터는 한희석과 손을 잡았고 이번 선거의 추진세력으로 신임을 얻게되면서 임철호씨마저도 이제는 견제하고 있다.임씨는 처음엔 이들을 키워주고도움도 받았으나 이제는 이들의 세력이 그를 능가하기에 이르러 버림을 받고 있다.
오늘의 현상으로는 의장·부의장직을 위시하여 당의 주도권이 신흥강경파에 넘어갈것 같다. 이번 선거부정의 책임자들인데 그들이 주도권을 잡게 되면 자유당은 자꾸만국민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봄 임철호씨와 가까와졌을 때부터 그들은 나를 비현실적이요 정치성 없는 방해적 존재고 허정씨와 가깝다고 해서 더욱 멀리 했다.그러다가 한일회담을 재개하게되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외로 가기 싫어하는 나를 다시 한일회담 대표로 도일하게 했다.
이들은 허정씨가 필라델피아시장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가 연설하는 가운데 이대통령이 일당의 당수로서 보다 초당적으로 인재를 망라해 정국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옳다는 견해를 표명한걸 문제삼아 귀국길에 있는 그를 서울시장 자리에서 해임했다.허정씨는 작년 8월부터 재개된 제4차 한일회담의 수석대표로 되었으나 최근에는 이대통령과 면회하는 것마저 허용되지않아 수석대표로서의 임무수행도할 수 없다.
이 모두가 경무대와 서대문(이기붕씨 댁을 말함)을 둘러싼 사람들이 허씨가 이대통령의 신임을 받게될 것을 두려워해 막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오늘 나는 이호대표와 함께 일본으로 가고 허수석대표는 함께 가지 않는다.
당내마저 시끄럽다. 소수 농권득세의 충신배가 당원의 대다수는 물론 대다수의 기획위원· 당무위원들까지 따돌리고 비밀리에 부정선거를 한데 대한 누를 수 없는 불만이있다.정국이 어디로 가려나? 일본으로 가는 내 마음은 한일회담이 아니라 서울의 정치만이 머리속에 맴돈다. 본지 독점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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