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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웃기는 재주가 미 주류사회에 섞이게 해” 만화 ‘심슨 가족’ 수석작가 대니얼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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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28년동안 방송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심슨가족’. [사진 라희찬 (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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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작가의 한 명인 대니얼 전. [사진 라희찬 (STUDIO 706)]

28년간 장수하며 미국 사회에 대한 가장 위트있는 풍자로 꼽히는 만화 ‘심슨 가족’(1989~, FOX), 어느 제지회사의 부조리한 일상사를 페이크 다큐형식으로 그린 드라마 ‘더 오피스’(2005~2013, NBC). 이 두 시리즈에 수석작가로 참여하고 있는 한인 교포 2세 대니얼 전(36)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만화 ‘심슨 가족’ 수석작가 대니얼 전
작가는 다양한 경험 중요하다 생각
영문학 전공, 생물인류학으로 바꿔
요즘은 내 아이와 대화서 영감 얻어

지난해 미국의 영화잡지 ‘버라이어티’가 ‘주목해야 할 TV 작가 10인’으로 선정한 그다. 하버드 출신으로, 유명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 등을 배출한 하버드대 교내 코미디 잡지 ‘램푼’에 기고하면서 작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영문학을 전공하다가 작가가 되기 위해 생물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꾸기도 했다. “작가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는게 오히려 제약이 될 것 같다”는 이유였다.

코미디 작가를 꿈꾸게 된 계기는.
“아시아인이 거의 살지 않는 소도시에서 자랐다. 사람들하고 가까워지고 싶은데, 내게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코미디는 아웃사이더였던 내가 미국 주류 사회에 섞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찾나.
“삶을 열심히 관찰해서 남들이 놓친 지점을 색다르고 진실하게 표현할 때 좋은 코미디가 나온다. 요즘 영감을 주는 건 내 아이다. ‘아빠, 나 결혼하면 불도저 몰아도 돼요?’라고 묻는다. 결혼이 뭔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관문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신선한 자극을 얻는다.”
코미디 작가로 어려움이 있다면.
“요즘은 사람들이 부쩍 쉽게 분노하는 것 같다. 희극인에겐 힘든 상황이다. 기분 나쁠 준비가 돼있는 사람들에겐 조금만 과한 농담을 해도 사회에서 완전히 배척당할 만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심슨’을 쓸 때 뭘 염두에 두나.
“역사상 가장 웃긴 쇼라는 말들이 많은데, 무조건 웃기기 위해 쓴 건 아니다. 관객이 캐릭터에 대해 공감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글을 쓸 때 에피소드의 내용이나 구성 보다 어떤 감정에 대해 쓰느냐를 고민한다. 28년째 장수한 데는, 캐릭터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이 식지 않은 덕이 크다. 캐릭터를 속속들이 사랑하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미국 예능의 새 경향이라면.
“한국·중국·남미 등 이전까지 주류 사회에서 소외돼 있던 문화권의 특색이 고스란히 반영된 예능 콘텐트가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관점, 문화 배경을 가진 콘텐트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한국 코미디를 보는가.
“ 자주 접하지 못했다. 한국영화는 즐겨본다. 김기덕 감독과 이창동 감독을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창의력 폭발’수준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한국과 협업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차기작으로는 파라마운트사와 영화를 준비중이다. 한국의 발전상에 대한 콘텐트는 해외에서도 통하리라 본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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