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이총재 대화내용(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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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대통령=오랜만입니다.
총재피선을 축하합니다.
▲이총재=감사합니다.
좋은말씀을 많이 들려주십시오.
▲전대통령=요즈음 골프는 좀 하십니까.
▲이총재=그동안 5년간 안했는데 날씨가 선선해지면해보려고 합니다.
▲전대통령=연세가 있으시니 등산겸 산책겸 골프가 건강에 좋을것 같습니다.
▲이총재=대통령은 건강이좋으셔야 겠읍니다.
만백사를 지시하고 관여해야하니 얼마나 어려운 직책입니까?
국민들은 그저좋은 자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책임있는 자리란 걱정이 많은것 아닙니까.
노대표도 대표위원이 되어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전대통령=그런말씀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우리나라 대통령은 특별히 권력에 대해광적이 아닌 사람이라면 두번하라고 해서 할사람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총재=연일 바쁘실텐데이렇게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주시를 하고 있읍니다.
▲전대통령=바쁘더라도 만나뵈어야지요.(남북대화진전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
▲이총재=여야 누구나 시각이 다를지는 모르지만 나라 적정하는것은 같지 않겠습니까.
어느 누구더라도 대통령자리에 앉으면 잘하려고 하고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려 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각하께서 빛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 항간에 조정이 되고있는 학원관계법문제는 공산주의자나 간첩과 연결된 학생은 국가보안법등 현행법으로 엄격히 다스려주었으면 합니다만 오늘 이 싯점에서 정부 여당이 제정하려고 하는 학원안정법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여야간에도 논의, 어떤 합의점에 도달해서 국민앞에 내놓을수 있을때 해도 늦지 않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지금 그대로 해서는 사회안정과 국가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학생들이 지금 방학중이고 열흘후면 개학하는데 그사이에 이법을 통과시키면 IMF, IBRD총회등 국제회의도 있고 해서국내소란과 외국의 비판여론등을 생각할때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당도 결의를 해 반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어떤일이 있더라도 각하께서 영단을 내리셔서 일단 유보, 철회해 다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로인해 혼란과 불행한 사태가 오는 것을 앉아서볼수 없다는 충정에서 말씀드립니다.
▲전대통령=우선 이총재께서 나를 역사적 대통령이 되도록 성원해주시는 진신에 대해 형식적인 고마움이 아니라 정계의 대선배로서, 그리고 인간적으로 연배가 높으신 분으로서 아끼는 말씀을 누차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국가원수의 고충을 깊이 이해해 주시는데 감사합니다. 솔직한 말씀 고맙습니다.
여러가지 말씀을 듣기위해 오늘 뵙자고 했읍니다.
모든 정당은 국가발저과 국민복지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며 국민과 역사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는것입니다.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건전한 여당이 있다는 참뜻은 그 시대와 그 역사에대한 책임을 함께 진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헌정사는 정당들이 민주정당이 되도록 정력을 쏟지않고 여당은 야당에 대해 강압으로, 야당은 여당에 대해대결자세를 취해서 마치 정부를 일본정부로 취급, 야당은 항일독립투쟁을 하는것같은 극한자세를 취해뫘왔니다.
나는 취임후 지금까지 야당에 대해 인내와 대화로 합의점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해왔읍니다.
학원문제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의 잘못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젊음이나용기 또는 패기로 있을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좌경사상에 물든 학생들이 조직화돼서 선량한 학생들을 오염시켜 가는 것을 좌시할수 없지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비록 수가 소수이긴 하나 그대로 방치할 경우 많은 선량한 학생들을 오염시킬 것입니다.
어느교수가 얘기하기를「레닌」 이 볼셰비키 혁명운동을 시작할때 나이가 불과 22세였고 그의 사상을 지지하는 젊은 학생 근로자 농민이 전체인구의 3%밖에 안됐는데 결국 이 3% 지지밖에 못받는 「레닌」 이 그 강대한 제정러시아를 쓰러뜨리고 공산혁명을 했다』면서 『좌경학생의 수가 적다고 정부가 무시하는것 같은데 그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하 일이 있읍니다.
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학생들을 무조건 형무소로 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교화시켜 마음을 돌리게 할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어디있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현행법의 미비한 점까지 보완해서 한시적인 법을만들어 운영해보자 해서 정부 여당이 이법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아직도 시간이 있으니까 여야간에 계속 대화를 통해 석연치 않은점은 보완해 나가면 좋겠지요.
(노대표를 향해) 민정당에서도 계속 보완해주시되 법에대해 오해있는 분에 대해서는 내용과 취지를 잘 이해시켜 드리도록 해주십시오.
▲노대표=여당으로서는 여러가지 문제될만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성된 작품도 아니고 하니 앞으로 야당과도 논의해서 해나갈 것입니다.
▲이총재=거듭 말씀드리지만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국민이 공감을 갖도록 새로운 법의 제정보다는 기존법으로도 다스릴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산주의자를 잡는데에는 이의가 없지만 새법의제정으로 부작용과 혼란이 생길까 우려되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전대통령=학원문제는 많이 연구를 해서 입안하고 있읍니다만 서로 오해가없도록 노대표와 이총재께서 서로만나 의논하도록 해주십시오.
▲이총재=헌법개경과 민주화일정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앞에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사면 복권을 고려할필요가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소한것은 접어두시고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해주시면 국민들이 각하께 대해서 더욱 존겅과 신뢰를 갖지않겠읍니까.
김대중씨와 김영삼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분들도 불러얘기를 나누시면 저런 사람들의 얘기까지 다 들으시는구나해서 아량있는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존경하지 않겠습니까.
광주사태에 대해서는 한번쯤 정치적으로 매듭을 짓고 넘어가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시민의 명예회복을하고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위령탑 건립등 명예회복을 해주시면서 정치적으로 한저번 은 매듭을 지어주시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대통령=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길은 바로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라는것이 내신념입니다.
헌법이 바로 민주일정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취임선서에서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한다고 선서 했는데 현법을 보위하지못하면 자리를 내놓아야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면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이 자의로 하는것이 아니며 또 자의로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수립이래 사면·복권은 일정한 기준을 적용해서해왔으며 대상자가 많기때문에 이 기준에 의거하고 형평의 원칙을 존중해서 유관부서의 건의를 받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것은 말이되지 않습니다.
관계기준과법의 형평에따라 적용을 해나가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라는것을 이총재께서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내임기동안 모든 국민이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데 솔선수범해서 이를 정착시켜 놓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광주사태는 우리민족사에서 가장 불행하고 유감스러운일이며 마음 아픈 일입니다.
다시 일어나서도 안되고 다시 있을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광주시민처럼 현명하고 애국심 많은 시민도 드뭅니다.
다시 희망을 찾고 아픈상처를 아물게 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과거 불행을 되살리는 것은 여야 모두에 아무 이익이 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픈것을 자주 거론하는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광주시민을 위한 것이냐, 그렇게 생각하지않습니다.
▲이총재=장시간 감사합니다.
▲전대통령=안녕히 돌아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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