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구의역 추모 트위터’ 곤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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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후 9시49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씨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안 대표는 “20세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가방 속에서 나온 컵라면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조금만 여유 있었더라면…” 올리자
“여유 갖고 택할 직업 뭐냐” 비난글

그런데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이라는 구절이 논란이 됐다. 안 대표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찾아보았을 ‘덜 위험한 일’이란 도대체 뭐냐”고 따졌다.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장준영 전 정책국장은 트위터에 “절박함 속에서 누군가가 선택한 ‘가장 나쁜 일자리’라 해도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안 대표는 해당 글을 삭제한 후 10시20분쯤 “완전하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할 일”이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하지만 “논란되니 말 싹 바꾸셨네요”(@Yang_TaeHo)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안 대표는 결국 31일 오전 트위터에 구의역 현장에 시민이 남긴 “문제는 매뉴얼이 아닌 시스템이다”는 포스트잇 글을 사진으로 올렸고, 오후에는 “더 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대표는 김경록 대변인을 통해 “부모님 마음,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던 건데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겠다 싶어서 트위터 글을 수정했다. 중요한 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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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31일 용역업체 직원 김모씨가 작업 중 숨진 구의역 사고 현장을 각각 찾았다. [사진 오상민 기자]

이날 구의역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찾아 책임 소재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현장 방문 계획을 잡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었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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