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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스타 이화윤 “연주 안 풀릴 땐 줄넘기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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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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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이화윤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력 때문에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비올라에 반해 진로를 바꿨고, 세계적인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스타로 성장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비싼 바이올린을 도둑맞지 않으려면?” 질문의 답은 비올라 케이스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에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비올라를 비꼰 농담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러시아 비올리스트 유리 바슈메트(63)의 등장 이후 당당한 독주악기로 자리매김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섬집아기’ 비올라 연주는 모르는 음악애호가가 없을 정도다.

중2 때 브람스 콩쿠르 최연소 우승
17세에 ‘바슈메트’ 대회 첫 그랑프리
호암상 기념 연주회 위해 내한

이제 신세대 비올라 스타 이화윤(20)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2013년 최고 권위의 제7회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에서 대회 역사상 첫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그전에도 그랑프리 상은 있었지만 그에 걸맞는 빼어난 연주가 없어 수상자가 없었다. 젊은 음악가를 양성하는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최연소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에게 배운다. 호암상 기념 연주회 참석을 위해 내한한 그를 만났다. 그는 수더분하고 외향적이었다.

예원중 2학년 때 제17회 브람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첫 해외 콩쿠르였다. 오스트리아 푀르차흐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중에 알아보니 브람스가 교향곡 2번을 거기서 썼더라. 최연소 우승이었다.”
안네 소피 무터 재단 장학생도 최연소였다.
“무터를 좋아해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재단을 발견했다. 직접 서류를 작성하고 음원 등을 보냈다. 어릴 때 배운 독일어·영어가 도움이 됐다. 독일어는 7세 때 베를린 여행 직전 혼자서 공부했다. 2011년 뮌헨에서 오디션을 했는데 무터 앞에서 연주하니 행복했다. 바로 합격해 2013년 아시아 연주 투어에 참여했다.”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에서 17살의 나이로 그랑프리를 받았을 때 러시아 언론에서 “비올라의 새로운 차원” “기적”이라고 했다.
“모스크바 1월 추위가 추운 줄도 몰랐다. 콩쿠르보다 연주회라고 생각했다. 피날레 공연 때 60세 생일을 맞은 바슈메트가 ‘새 도전을 통해 발전해라. 자기 음악에 정직하라’고 조언해 줬다.”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악기를 대여받았다.
“1590년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제작된 비올라(가스파르 다 살로·Gasparo Da Salo)다. ‘오로라’ 라고 이름 붙였다.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매번 새롭다. 후원의 고마움을 연주로 갚겠다.”
연습은 얼마나 하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최대 3~4시간인 것 같다. 꼭 악기가 있어야 연습하는 건 아니다. 늘 악보를 연구한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게 튀어나온다.”
비올라 케이스 안에 뭔가 들었나.
“연주가 안 풀릴 때 하는 줄넘기 줄, 요즘 읽는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이 들어 있다. 인간의 이타적 행동을 확률로 푼 책이다.”
앞으로 계획은.
“6월에 미국 말보로 페스티벌에 참가, 내년 7월에는 바덴바덴·잘츠부르크에서 슈베르트 ‘송어’ 5중주를 연주하고 DG에서 녹음해 발매한다. 안네 소피 무터(바이올린), 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 막시밀리안 호눙(첼로), 로만 파트콜로(더블베이스)와 함께한다.”

글=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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