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조개혁 서두르라는 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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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가 해마다 뒷걸음치고 있다. 어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4계단 떨어진 것으로 2008년(31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 중국(25위)은 물론 말레이시아(19위)·태국(28위)에도 밀렸다.

IMD가 조사하는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부문 중 정부 효율성을 제외하면 모두 순위가 곤두박질했다. 저성장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안 된 것이 경제 성과(15→21위) 분야 순위를 끌어내렸다. 기업 효율성은 37위에서 48위로 무려 11계단이나 내려앉았다. 기업 효율성 평가의 5개 세부 지표 중 노동시장 경쟁력(35→51위)이 최하위권인 데다 경영 관행은 61위(지난해 53위)로 꼴찌였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가 정신의 실종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란 얘기다.

물론 IMD 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기업인 설문 비중이 커 주관적 판단에 따라 크게 순위가 엇갈린다는 게 한계로 자주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나라 간 경쟁력을 재는 대표적 평가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해마다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세냐 하락세냐를 시계열로 비교하는 데는 유용하다고 할 것이다.

문제는 국가 경쟁력 하락 추세가 박근혜 정부 들어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2013년 3년 연속 22위를 기록한 뒤 재작년 26위, 지난해 25위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반등은커녕 아예 주저앉은 것이다. 순위도 순위지만 한국 경제가 가라앉는 중이란 사실을 보여주는 듯해 더 걱정스럽다. IMD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 등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을 서두르라고 권고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지적해온 과제들이다. 왜 구조개혁을 더 미뤄선 안 되는지 IMD 평가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