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교육」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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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크지 「민중교육」에 기고하거나 좌담회에서 발언한 중·고교 교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문교당국은 「민중교육」의 내용가운데 기존의 우리 교육제도를 「가진자의 착취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규정한 점이라든지, 자본주의체제를 오직 계급간의 갈등관계로만 부각시킨 점을 지적, 이 잡지는 급진좌경지라고 규정하고있다.
더구나 그 서술방법이나 어휘의 구사가 증오와 격정에 치우쳐 있고, 논리자체도 독단으로 일관되어 있는것은 이런 주목을 받을만 하다.
따라서 이에 관련된 교사들을 중징계하는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반면 관련교사들과 출판사측은 부당하고 위법한 파면및 처벌조치철회와 자율적인 교육출판물에 대한 「탄압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교당국으로부터 납본필증까지 받아 시판된 책의 내용을 새삼 문제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교당국의 견해가 옳다고해도 실정법에 따라 시비를 가리는것이 마땅하며 행정권을 동원해서 권고사직·파면과 같은 중징계로 다루려는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있다.
이런 시비는 신중한 토론으로 미루어 놓고라도 체제비판의 여파가 중·고교사의 징계문제에까지 미친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문교부의 분석대로 이 잡지가 기존의 교육 제도를 부정하고 민중을 계급투정의 주체로 내세워 혁명적 방법으로 현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이른바 「민중교육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면 범연히 보아넘길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시각은 이같은 주장들이 우리의 후세들을 직접 가르치는 현직교사들에 의한 것이라는점을 중요시하고 있다.
교육현실에서 일어날수 있는 부조리에 대한 비판의 영역을 넘어 체제를 부정하는데까지 이르면 학생들에게 직접 간접으로 미친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관련교사들에 대한 일률적인 중징계방침이 교권을 존중해야한다는 교육공무원법의 정신을 고려한 처사냐하는 문제는 교사들의 전반적인 사기와 관련된다는 견해도 있는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을 처벌할때도 소명의 기회가 주어지는것이 마땅한데 하물며 교사들을 곧바로 권고사직·파면과 같은 처벌을 하면서 일도양단식의 행정처분으로 일관하는 것은 선례를 생각해서라도 보다 신중한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옴직 하다.
기고를 하고 좌담회에 참석했다지만 문제교사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있다고 단정할수도 없고 특히 「좌경」이란 점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징계를 한다해도 그 내용과 범위는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극소수의 교사만이 「민중교육」출판에 관련되었다고 한다. 80년도 초반부터 우리사회에 대두되기 시작한 「민중해방론」 「민중예술」과 뿌리를 같이 하고있는「민중교육론」의 더이상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보다 충격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현싯점에서 당국의 그와같은 판단이 옳지않다고 할 근거는 없다.
더 뿌리를 펴기전에 그 근원을 제거하다는 것은 적정한 방법일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런 상황의 책임을 문제교수들에게만 묻는것으로 문제해소가될까 하는것이다.
그런 상황이 있게 만든 주위의무관심 방관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하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근본을 다스리는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은 하나의 원칙이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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