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주포럼] “미 500대 기업 수명 60년서 16년으로…혁신 안 하면 도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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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케저 지멘스 회장 기조연설
“독일 통일 때 기업들 리더십 발휘
한국 기업들도 통일 책임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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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는 엄청난 비용과 갈등이 유발되지만 포기할 순 없습니다. 독일의 경험에 비춰 보면 통일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독일 대표 기업 지멘스의 조 케저(사진) 회장은 27일 제주포럼 특별세션 ‘통일한국 기업에서 미래를 찾다’에서 “독일 대기업들은 갑작스러운 독일 통일 과정에서 책임과 리더십을 다했다”며 “한국 역시 기업이 통일을 향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1847년 설립된 지멘스는 전기·전자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혁신의 선두주자다. 케저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일 후 9개월 동안 지멘스는 옛 동독 지역에서 2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역할을 다했다”며 “힘들었지만 우리의 목적과 운명을 잊은 적이 없었다. 한국도 공통의 운명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케저 회장은 “한국과 독일은 분단 경험뿐 아니라 제조업이 강한 나라며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디지털 혁신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같다”며 “굳건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나라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제조업에 투자하는 1달러는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국내총생산(GDP)에서 1.4달러의 가치를 가지며 제조업에서 창출한 1개의 일자리는 다른 분야의 최대 2개 일자리의 가치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케저 회장은 “50년 전 미국 500대 기업의 수명은 60년이었지만 지금은 16년으로 줄었다”며 “새로운 기업 환경에서 혁신을 통해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강력한 교육과 혁신 체계, 사고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멘스는 지난 10년간 사업 분야의 50%를 바꿨고 2030년까지 100인승 전기항공기 제작 등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170세가 되는 지멘스가 170년간 더 생존하려면 혁신이 필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후 진행된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의 대담에서 혁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케저 회장은 “200여 개국 35만 명에 달하는 지멘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직원이 이해당사자(stakeholder)가 돼 오너십을 발휘해야 대기업도 창의성과 혁신 사고를 갖게 된다”며 “11만4000명 수준인 자사주 보유 직원 수를 2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지영·이동현·전수진·박성민 기자, JTBC 박성훈 기자, 중앙데일리 김사라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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