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상적인 시장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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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 들어 3회에 걸친 일본의 시장개방행동계획(액션프로그램)을 지켜본 우리는 다시 한번 일본의 진의가 무엇인가를 묻고자 한다.
전 세계가 하나로 뭉쳐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눈앞의 흑자만을 앞세워 이를 외면하는 것이 그들의 국익인가. 그리고 우리의 요구라면 모조리 묵살하려드는 그들의 뜻은 또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해 경제적으로도 「유황도 사수」라는 것이 세차례의 행동계획을 지켜 본 일본의 진단 내용이다.
지난 6월 25일의 관세인하 결정이래 7월 30일자 최종 조처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볼때 추상적인 개선책으로 일관해 왔음이 이른바 일본식 시장개방이다.
관세인하로부터 서비스 수입 촉진에 이르기까지 6개 분야의 시장개방을 거창하게 내걸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협의」니, 「검토」니 하는 「단서」를 조항마다 붙여 놓고 있음이 그들의 전략이다. 다시 말해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해놓고 다시금 관계부처와 합의, 그 세부지침을 만들겠다면 이야말로 대문은 열고 중문과 방문은 잠그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관세니, 또는 비관세 장벽이니 하는 것 이외에도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정책과 그들의 유통구조도 무역불균형의 또 다른 주범이다. 엔화가 인위적으로 저평가 되어 있는데다가 그들의 유통구조가 외래품의 상륙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이같은 이중, 삼중의 장벽이 존재하는 한 어찌 현금의 시장개방이 안팎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가 하는 영국 「대처」 수상의 지적도 헤아려볼 일이다.
우리는 따라서 그들의 시장개방이 한낱 구호에 그침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당당한 논리로 진정한 의미의 시장개방이 있기를 기대한다.
첫째, 국제화시대 속에서 어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일본식 무역관리로 인해 세계경제의 기관차 격인 미국이 흔들리고 또 무수한 개도국이 갈팡질팡함을 헤아려 보라.
결국 세계 경제가 내림세에 접어들어 그 영향이 일본으로 되돌아온다는 부메랑영향은 방치해도 좋다는 뜻인가.
그리고 오늘의 현실에 얽매이지 말고 윤리성을 회복하라는 것이 두번째 당부다. 과거의 역사를 되새길 필요조차 없이 전후의 질서 개편 때 자유우방으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을 생각하라는 얘기다.
세번째, 동북아의 일원으로서 우리의 방위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우리의 방위노력이 없다 할때, 그리고 우리가 일본의 뒷마당을 지켜주지 않았다 해도 그들의 부가 형성될 수 있었는가를 묻고자 한다.
한마디로 GNP(국민총생산)의 6%와 예산의 3분의1이라는 우리의 방위노력 밑에 그들의 부가 이루어졌음을 상기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할바는 극히 자명해진다.
하루 빨리 대한관을 고쳐 호혜와 선린주의로 우리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나아가 전후의 지원을 되살려 자유우방에 대한 신뢰 회복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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