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할 대행 알바 고용해 여성 속여 '가짜 결혼식' 올린 유부남 구속기소

중앙일보

입력

총각 행세를 하며 여성에게 금품을 뜯어낸 30대 유부남이 구속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역할대행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가짜 부모와 가짜 하객 연기를 하게 한 뒤 피해 여성과 결혼식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형사4부(이정훈 부장검사)는 27일 사기 혐의로 A씨(35)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4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B씨(34·여)에게 "철도 부품 특허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라며 접근했다.

1년 3개월 정도 연애하던 이들은 결혼하기로 하고 부모님 상견례를 했다. 하지만 남자는 상견례 직전 "아버지가 농사를 짓느라 못 오시니 어머니끼리만 뵙자"고 제안했다.

결혼식을 한 두 달 앞둔 지난해 여름 A씨는 예단비 1000만원과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3000만원을 요구했다. "회사 사정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현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예단비와 아파트 전세자금은 물론 결혼식 비용과 가전제품 구입비 등 7000여만원을 부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결혼식 두 달 뒤 B씨가 A씨의 휴대전화에서 수상한 전화번호를 발견하면서 A씨의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모르는 남성의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인데 남편의 휴대전화 뒷번호와 동일했다. B씨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남편 A씨는 7살과 9살 된 두 자녀를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2007년 실제 결혼한 아내와 별거하면서도 자주 연락하며 지내왔다.

이후 B씨를 만난 A씨는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가짜 부모를 내세워 상견례를 치르고 가짜 하객 등을 불러 결혼식까지 올렸다.

벤처기업을 운영한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A씨가 보여준 전세계약서도 위조한 것이었다. 2억5000만원을 줬다던 전셋집은 보증금 3000만원에 매달 90만원을 내는 월세였다.

깜짝 놀란 B씨는 A씨를 지난해 말 인천의 한 경찰서에 사기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는 현재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받고 있는데 A씨가 반성은커녕 '너도 조사받아야지'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등 적반하장 식으로 나와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