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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악전고투, 명예의 전당 위해 최악 84타 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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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와 남기협 부부가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년 만에 호흡을 맞췄다. [사진 볼빅 제공]

손가락 통증으로 고전한 박인비(28·KB금융)가 데뷔 후 최악의 타수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에 있는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뽑았지만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 퀸튜플보기 1개로 12오버파 84타를 쳤다. 출전 선수 142명 중 최하위다. 84타는 LPGA 투어 데뷔 후 최악의 스코어다. 종전까지 2009년 웨그먼스 LPGA 최종 라운드 9오버파 81타가 가장 나쁜 스코어였다. 또 올해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 1라운드 80타 이후 올 시즌 두 번째로 80대 타수를 기록했다.

왼손 엄지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박인비는 지난 킹스밀 챔피언십 2라운드 도중에도 기권했다.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은 박인비는 이번 대회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손가락 통증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1라운드에는 조력자인 캐디 브래드 비처(호주)마저 복통을 호소해 캐디백을 멜 수 없었다. 대신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프로가 백을 짊어지고 호흡을 맞췄다. 남기협 프로가 박인비의 백을 멘 건 2012년 롯데 챔피언십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1번 홀에서 출발한 박인비는 전반 9홀에서는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는 등 정상적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통증이 심해졌고, 샷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았다. 10번 홀(파4)에서는 기준 타수보다 5타 많은 퀸튜플 보기를 적었다.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났고, 3번째 샷을 3번 우드로 쳤지만 다시 OB를 적었다. 결국 박인비는 7온2퍼트로 퀸튜플 보기를 기록했다.

10번 홀 이후 박인비는 드라이버를 잡지 못했다. 부상을 키우지 않기 위해 3번 우드로 툭 치듯 스윙을 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그래서 415야드의 파 4홀인 17번 홀에서는 3번 우드-유틸리티를 치고도 2온이 되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윙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후반에는 10번 홀 외에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는 “너무 안 됐던 라운드라 둘 다 힘들었다. 이런 짐을 넘겨준 거 같아서 미안하다”며 “하지만 코스 안에서 제가 어떤 상황을 이겨내고 있는지 보여주고 교감한 것 같아서 한두 가지는 건질 수 있었던 라운드였다”고 털어놓았다. 박인비는 몸 상태는 지난 주 킹스밀 챔피언십 2라운드와 비슷한 정도였지만 이날은 라운드를 끝냈다.

그는 “지난 주처럼 도중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많이 고통스러웠지만 참고 경기를 끝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도 통증으로 인해 기권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내일 일어나서 상태를 보고 치료를 받아본 뒤 결정 하겠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상태라면 경기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손가락 통증을 참으며 플레이를 한 이유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위해서다. 박인비는 2주 후에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모두 채우게 된다. 올 시즌 10번째 대회가 되고 10년 투어 이력 조건도 마침내 충족된다. 1라운드를 끝내면 이후에 기권을 하더라도 출전 대회로 인정된다.

박인비는 “지난 주와 이번 주 대회는 사실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겨냥해서 나왔다.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채우는 등 특별한 대회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가족과 스승, 지인들이 많이 올 예정이라 고통을 감내하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 책임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파티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포기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박인비는 KPMG 여자 챔피언십 이후에 손가락 통증 치료를 위한 결단을 내릴 전망이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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