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소 15곳…부산 전기차는 배고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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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 영도의 한 금융 회사에 근무하는 김민경(37·여)씨. 회사가 구입한 전기차를 2년째 업무용으로 사용 중이다. 한번은 전기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나갔다가 혼이 난 적 있다.

보급 꾸준히 늘어 벌써 310대 운행
올해도 25대 추가 보급 예정인데
급속충전소는 기장군 1곳만 계획
기존 7곳, 마트에 있어 이용 불편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만 믿고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이 잘못이었다. 시내주행과 달리 고속도로에서 주행 가능 거리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 때문이다. 김씨는 부랴부랴 인터넷에서 가까운 급속충전소를 찾았고, 중간에 차를 돌려 금정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충전을 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김씨는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너무 짧고 급속충전소도 적어 장거리 이용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민간에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급속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올 3월 현재 부산시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310대다. 이 가운데 관공서·공공기관이 아닌 기업·법인·소상공인 등 민간의 전기차는 2014년 74대, 2015년 100대, 2016년 3월 현재 75대 등 249대다. 시는 올해 민간에 25대를 추가 보급한다. 보급 차종은 레이·아이오닉·SM3등 8종이다.

이 전기차를 신청하려면 개인 충전소격인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6시간가량 충전해야 하는 완속충전기와 달리 30분 정도만 충전하는 급속충전소는 부산에 15곳 뿐이다. 기장군 장안휴게소 2곳을 제외하면 실제 부산 시내에는 13곳이다. 이마저 7곳은 대형마트에 있어 심야 등 마트 영업시간 외에는 이용하기 어렵다.

차종에 관계없이 충전 가능한 완속충전기와 달리 급속충전소는 표준모델마저 없어 충전이 불가능한 차종도 있다. 자신의 전기차와 대형마트 등에 설치된 충전소가 호환이 안 되는 것이다. 올해 보급된 전기차의 충전 후 주행거리는 90~169㎞로 짧다. 시내 운행만 하거나 부산에서 김해·양산 정도만 다녀올 수 있다.

부산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전기차를 신청하면 완속충전기 설치비 400만원, 전기차구입비 170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충전 불편으로 지원 없이는 구입하려는 시민이 없어서다. 조효정 부산시 기후대기과 팀장은 “급속충전소는 그야말로 ‘비상시’를 대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충전기·차량 보급 현황 등을 고려해 전국 시·도에 급속충전소 예산을 배분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0곳 늘어난 150곳을 설치한다. 이 가운데 50곳은 고속도로휴게소에, 100곳은 지자체에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 부산에선 기장군청 1곳이 추가된다.

김진규 환경부 교통환경과 주무관은 “애초 전기차 보급을 많이 한 거점 지자체 위주로 급속충전기를 설치했다가 이후 부족한 지역에 설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전국에 추가로 300대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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