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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이성 친구 마음을 얻는 작업의 정석은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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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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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야외 활동이 늘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 평소보다 더 많아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독일이나 이성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많은 남자가 여성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모르고 쑥스러워한다. 적당한 장소·시간·태도·말투가 모두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첫 한마디일 것이다.

사춘기 때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았다. 독일에선 연애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상담사이트·책·잡지·영상이 널려 있다. 이에 따르면 이성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오프닝 멘트’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안녕, 혹시 네 부모님이 도둑이야? 하늘에서 별을 훔쳐 네 눈에 넣어 두셨어.” “우리는 공통점이 있어. 나는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 너는 예쁜 여자야. 이건 인연이야!” “저번에 백과사전에서 ‘대박’이라는 단어를 찾았더니 설명 안에 네 사진이 있더라!” “지구온난화는 네 탓이야. 네가 너무 핫해서(매력적이어서) 빙하가 녹을 수밖에 없잖아!” “넌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안 아팠어?”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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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식상한 말로 접근하면 이성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충고한다. 상담매체에선 깨끗한 옷차림을 할 것, 외모에 자신감을 보여 주면서도 건방져 보이지 말 것, 이성과 먼저 눈을 자주 마주치고 미소가 오간 다음 비로소 다가가 말을 걸 것, 이성의 앉는 자세를 거의 똑같이 따라 하면 간접적인 교감이 생기므로 활용할 것 등의 조언을 해 준다.

하지만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심장이 두근거려 말을 꺼내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 힘들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영상을 봤어도 소용없다. 그 순간에는 결국 혼자서 행동해야 한다.

나도 당시 이성 친구를 만나고 싶었지만 말도 제대로 걸지 못했다. 책이나 영상대로 하려고 했더니 일이 더 꼬였다. 그런데 대학 때 우연히 윌 스미스가 출연하는 ‘Mr. 히치’라는 영화를 보고 생각을 고쳤다. 영화에서 윌 스미스는 ‘연애 상담원’인데 어느 날 자신이 가르쳐 준 ‘작업 규칙’에 어긋나게 행동한 사람이 오히려 “진실되다”는 평을 들으며 이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목격했다. 이 로맨틱 코미디의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의 결혼식이었다. 여기에서 윌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히치다. 나의 작업 규칙은… 뭐… 그런 거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연애에서 규칙이란 없다. 진정한 마음만 있으면 뜻은 이뤄진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