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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임기 종료 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일 할 지 결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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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유엔 패스포트(여권)를 갖고 있었지만, (총장 임기가 끝나는)내년 1월1일이 오면 이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고민과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포럼 참석 전 관훈클럽 임원진과 간담회
'반기문 대망론'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
"박 대통령이 대선 언질? 있을 수 없는 일"
고령 지적에 "미 대선 후보도 76세…체력 문제 안돼"
85년 DJ 사찰 비판에 "흠집내기…따라다닌 것 아냐"
제주-일본-서울-일산-안동-경주 5박6일 광폭행보

제주포럼 참석차 이날 입국한 반 총장은 제주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임원진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자생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제가 인생을 헛되게 살진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반 총장은 “제가 총장을 그만둔 뒤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가족끼리도 이야기들이 좀 다르다”고도 말했다. 대권 도전과 관련한 질문에는 “총장 임무를 무사히 끝내는 게 우선”이라며 답을 피했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다. 간담회에는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오준 주유엔대사, 김숙 전 주유엔대사, 강경화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등 유엔 안팎의 ‘반기문 사단’이 총출동했다. 다음은 관련 일문일답.

(대통령에 도전하기에)고령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국민 체력이나 자연 수명이 15~20년은 차이난다고 본다. 미국 대선 후보들도 70세, 76세 이렇다. 저는 (총장 임기)10년 동안 마라톤을 100m 뛰듯 했다. 제가 보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특히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선 체력같은 것은 요즘은 별 문제가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과 관련해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는 없었나.
“박 대통령이 무슨 언질을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자주 만난다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든 다 (자주 만나고)했다. 박 대통령과는 모두 공개된 장소에서 만났다. 그런 걸 다른 방향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다.”
홍문종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장이 반 총장은 대선의 상수라고 했는데.
“지금은 명예롭게 총장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홍 위원장과 나는 10년 간 전화 한 통 한 적도 없다.”

반 총장의 발언에 대해 충청 친박계 중진인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은 “여권 잠룡으로 분류돼 온 반 총장이 그 같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는 건 새누리당으로선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특히 충청 대망론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큰 소나무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이장우 의원(대전 동을)도 “국제적 지도자로서 세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온 반 총장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함에 있어서도 능력은 이미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반 총장은 최근 공개된 1985년 외교문서에서 당시 참사관으로 하버드대 연수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언론의 비판을 보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대학신문에 난 것을 복사해서 보냈고, 제가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해 보고한 것일 뿐 개인 의견이 들어간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흠집내기인데, 제 인격에 비춰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다.

반 총장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큰 문제인데, 내부에서 여러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게 해외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국가 통합을 위해 자기 자신과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방북 문제에 대해선 “사무총장 개인으로서 북 측과 계속 대화를 해왔는데, 몇 차례 계기는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 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것 같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적 문제를 떠나 인도적 문제는 물꼬를 터놓는 것이 좋다고 이명박 대통령 때도, 박근혜 대통령께도 말씀드렸다”며 “핵·미사일 문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남북문제는 숙명이다. 남은 임기 7달 동안에도 (남북 간)대화와 긴장 완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간담회 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이동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정치인들도 대거 몰렸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 등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나라가 어려울 때는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26~27일) 참석차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27일 오후 재입국한 뒤 서울에 머물면서 모친 등 가족과 개인시간을 보낸다. 노신영 전 총리와도 만날 계획이다. 노 전 총리는 반 총장이 외교관 초년병 시절 첫 공관 근무지인 주인도대사관에서 대사를 맡았었다.

이후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참석(29일, 일산)→안동 하회마을 방문(29일, 안동)→유엔 NGO 컨퍼런스 참석(30일, 경주) 등 광폭행보를 이어간다.

반 총장에 대한 의전은 ‘행정수반인 총리’에 준한다. 방문의 종류는 ‘실무방문(Working Visit)’이다. 정부 초청이 아닌 유엔 공무상 오는 것으로, 급이 더 높은 국빈방문이나 공식방문은 아니다. 반 총장의 경호는 청와대 경호처가 맡는다. 25~26일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반 총장이 사용할 외빈용 방탄차량도 비행기에 실려 제주도로 이동했다.

서울=유지혜·현일훈, 제주=김경희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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