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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인터넷 ‘링크’도 복제일까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공유 사이트에 불법 복제된 동영상 주소를 가져와 ‘링크’시키는 행위는 불법 복제에 해당할까?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박모(45)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투어△△’ 에 익명의 아이디로 동영상을 게시했다.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예능ㆍ드라마 등 저작권이 있는 작품이었다. 박씨는 자신이 직접 동영상을 업로드 하지 않고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이미 업로드 되어있는 영상들의 주소를 링크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방문자들은 해당 링크를 클릭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박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총 636개의 동영상 링크를 가져와 개재했다.

원본 동영상 제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혐의(저작권법위반방조)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1,2심에서 엇갈렸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타인의 저작재산권을 2차적으로 복제ㆍ공중송신ㆍ배포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1심은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불특정 다수로 하여금 저작재산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해 상습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선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부(부장 장일혁)는 “박씨의 행위엔 방조 책임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터넷 링크는 웹페이지나 서버에 저장된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이를 복사해 자신의 게시판에 링크하는 것은 스트리밍 방식에 의해 사이트간에 동영상 전송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링크’를 거는 행위는 원본 동영상 게시물의 ‘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따른 판단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법원은 선거관련 홍보 문자 메시지에도 직접적인 글귀를 담지 않고 단순히 링크만 연결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이진훈(60) 대구시 수성구청장이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910명의 공무원에게 보낸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 동영상 링크에 대하여 “직접 동영상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동영상이 연결되는 링크를 보낸 행위는 ‘정당 후보자를 지지하는 내용을 배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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