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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오늘부터 아프리카 순방…북한 ‘절친국’ 우간다·에티오피아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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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립감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똑같은 모진 소리라고 해도 친구한테 들으면 더 아프고 외로운 법.”

25일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해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아프고 외로운’ 쪽은 북한, ‘친구’는 박 대통령이 방문하는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뜻한다. 이 당국자는 “이번 순방은 경제협력, 개발협력뿐 아니라 대북 압박도 염두에 두고 짠 동선”이라며 “핵·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의 우방을 집중 공략하는 일련의 대북 압박·고립 외교”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 대북 고립 외교
“한반도 비핵화 지지 선언 기대”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와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뒤 6월 5일 귀국한다. 외교부가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나라 모두 북한과 오랜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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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우간다 나카송골라 공군기지에서 활동 중인 북한 교관 3명과 카툼바 와말라 우간다 방위군 사령관(왼쪽).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2016년)는 “북한 교관들이 우간다 공군복을 입고 가슴엔 지도자(김일성으로 추정)의 얼굴이 있는 배지를 차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

1986년 집권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평양을 세 차례 방문했다. 반식민지 투쟁 과정에서 북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간다는 그래서 ‘북한의 동아프리카 거점’이라고도 불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올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간다는 북한과 군경 협력을 계속해 왔다. 보고서는 “2015년 말 현재 우간다에서 북한 국적자 45명이 경찰력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준군사 조직도 훈련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이 어떤 훈련 행위도 외국에 제공할 수 없도록 금지한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 위반”이라고 밝혔다. 2015년 보고서에도 “북한 교관들이 우간다 야전부대와 해병대를 훈련시켰다. AK-47소총과 피스톨을 사용했다”고 돼 있다.

에티오피아도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에티오피아 탄환 제조회사가 북한과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과 에티오피아가 북한에 금수 품목인 사치품을 수출했다는 제보가 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우간다·에티오피아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당대회에서 핵 보유를 당규에 명시한 것 등을 비판하고 이는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안보에도 위협이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간다와 에티오피아가 북한이라고 명시하진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 지지는 명확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할 특별연설에서도 북한 문제를 언급할 계획이다.

북한의 ‘절친’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설득외교’는 이미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박 대통령은 이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안보리 대북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받았다. 이달 초 이란 방문 때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확인했다. 지난 19일 방한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모두 북한과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나라들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6월 핵공급그룹(NSG) 총회, 10월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 총회 등 일련의 다자외교를 통해 (하반기에도) 강력한 대북 압박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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