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똑같은 모진 소리라고 해도 친구한테 들으면 더 아프고 외로운 법.”
25일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해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아프고 외로운’ 쪽은 북한, ‘친구’는 박 대통령이 방문하는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뜻한다. 이 당국자는 “이번 순방은 경제협력, 개발협력뿐 아니라 대북 압박도 염두에 두고 짠 동선”이라며 “핵·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의 우방을 집중 공략하는 일련의 대북 압박·고립 외교”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 대북 고립 외교
“한반도 비핵화 지지 선언 기대”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와 프랑스를 국빈방문한 뒤 6월 5일 귀국한다. 외교부가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나라 모두 북한과 오랜 ‘커넥션’이 있기 때문이다.
1986년 집권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김일성 생전에 평양을 세 차례 방문했다. 반식민지 투쟁 과정에서 북한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간다는 그래서 ‘북한의 동아프리카 거점’이라고도 불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올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간다는 북한과 군경 협력을 계속해 왔다. 보고서는 “2015년 말 현재 우간다에서 북한 국적자 45명이 경찰력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준군사 조직도 훈련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북한이 어떤 훈련 행위도 외국에 제공할 수 없도록 금지한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 위반”이라고 밝혔다. 2015년 보고서에도 “북한 교관들이 우간다 야전부대와 해병대를 훈련시켰다. AK-47소총과 피스톨을 사용했다”고 돼 있다.
에티오피아도 북한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에티오피아 탄환 제조회사가 북한과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과 에티오피아가 북한에 금수 품목인 사치품을 수출했다는 제보가 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우간다·에티오피아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최근 북한이 당대회에서 핵 보유를 당규에 명시한 것 등을 비판하고 이는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안보에도 위협이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간다와 에티오피아가 북한이라고 명시하진 않겠지만 한반도 비핵화 지지는 명확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연합(AU) 본부에서 할 특별연설에서도 북한 문제를 언급할 계획이다.
북한의 ‘절친’들과 접촉면을 늘리는 ‘설득외교’는 이미 지난 3월 워싱턴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박 대통령은 이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안보리 대북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받았다. 이달 초 이란 방문 때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확인했다. 지난 19일 방한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모두 북한과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나라들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 축사에서 “6월 핵공급그룹(NSG) 총회, 10월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 총회 등 일련의 다자외교를 통해 (하반기에도) 강력한 대북 압박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