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헤이트 스피치법’ 통과…혐한시위 제동 걸리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본에서 혐한(嫌韓)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억제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일본 중의원은 24일 본회의를 열고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안’을 찬성 다수로 통과·성립시켰다. 이 법은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여야가 수정 협의를 한 것으로 지난 13일 참의원을 통과했다.

기사 이미지

2013년 6월 도쿄 신주쿠에서 혐한 문구 종이를 들고 시위하는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 [신화=뉴시스]

일본 국회 차원에서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제정한 건 처음이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12년 4월에서 지난해 9월까지 3년 반 동안 혐한 시위 등 차별을 조장해온 단체가 1152차례 시위나 가두 선전 활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불용 등 명기
금지 규정 없어 실효성에는 한계

법률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적 언동에 대해 ‘차별 의식을 조장하거나 유발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신체·명예·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의도를 알리려는 것’ 등으로 정의하고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선언한다’고 명기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상담 체제를 정비하고 교육 활동을 충실히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률은 헤이트 스피치의 금지 규정이나 교육 등을 위한 예산상의 조치가 없는 이념법이어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재일한국민단은 지난 13일 법안에 ‘금지’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 속에서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로 헤이트 스피치 불용(不容) 원칙을 선언한 점은 의미가 크다. 자민당의 니시다 쇼지(西田昌司)참의원 의원은 지난 20일 법안 제안자로 중의원에 나와 “(법안은) 헤이트 스피치는 안 된다고 하는 입법부의 의사가 보여진 것으로서 사법 판단에서 존중되고 행정의 해석 지침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 제정은 민단과 일본 시민단체 활동이 끌어낸 측면이 크다. 민단의 노력으로 일본 전국 303개 지방의회가 국회에 헤이트 스피치 규제법 마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